오늘은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1년 6개월 간의 임기가 남은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날이다. 경남도민들은 책임이 무겁다. 선거는 국민이 함께하는 축제다. 민주주의 축제다. 이번 대선과 도지사 선거는 유난히 어지럽다.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검은 장막이 정국을 뒤덮었다. 여야 대선캠프는 초반에는 ‘무상복지’를 앞세운 포퓰리즘 경쟁으로 국민 시야를 어지럽히더니, 중반에는 후보 단일화에 매달리거나 그것을 견제하는 정치공학 깃발만 높이 나부꼈다. 기대를 모았던 TV토론도 군소 후보의 ‘독설 쇼’로 전락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두 후보가 내놓은 전국적인 공약은 1000여건도 넘는다. 5년 임기 동안 제대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큰 공약은 10여 가지가 될까 말까다. 공약을 지키기 싫어서가 아니라 재원조달의 한계가 당선자를 거짓말쟁이로 만들 수 있다. 투표를 하기 전에 두 후보 중 누가 당선 후에 이런 재정적 한계를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하고 꼭 지켜야 하는 핵심공약 속에 한정된 예산을 집중할 사람인지 가려야 한다.

막판까지 양자대결의 박빙 속에 상호 비방이 판치는 이전투구의 연속이었다. 박 후보의 선대위 김무성 총괄본부장은 “우리 전략은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면서 투표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고백’한 것은 부적절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젊은층의 투표를 독려한다면서 “꼰대들의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고 ‘나에게 표를 던지는 거야’”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도 부적절했다.

민주주의는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꽃을 피운다. 소중한 한 표를 두고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생각이 모이고 모여 민주주의가 왜곡될 수 있다. 정치 혐오를 부추겨 기권을 유도하거나 불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태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5년 동안 전 국민과 잔여기간 동안 도민을 대신해 나라를 끌고 갈 지도자를 선택하는 한 표에 신중해야 할 일이다. 유권자들은 네거티브나 흑색선전에 현혹되지 말고 공약을 보고 꼭 투표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