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7>
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7>
  • 이은수
  • 승인 201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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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만 갯벌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항아리모양의 내만으로 호수처럼 잔잔하다. 도심으로부터 직선거리 6km의 뛰어난 접근성에다 수심이 얕고 잘 발달된 갯벌·국내 유일의 흑두루미 서식지·독특한 원형 갈대 군락·칠면초 군락·S자형 수로 등 빼어난 경관은 ‘하늘이 내려준 자연의 정원’이란 극찬을 받고 있다. 빽빽한 갈대밭과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갯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이곳은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철새 희귀종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흑두루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순천만에서만 볼 수 있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의 하나로 손꼽히는 순천만은 습지보호지역·람사르협약·문화재보호구역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근래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며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연간 200만명이 넘는 방문객 등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자연환경이 심하게 훼손되며 국내를 대표하는 연안습지가 몸살을 앓고 있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지속가능한 보전방안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

연안습지인 순천만은 강하구와 갈대밭, 염습지, 갯벌, 섬 등 다양한 지역을 가지고 있고, 주변 육지에는 논(간척지)과, 염전, 갯마을, 양식장(옛 염전터), 낮은 구릉, 산 등이 인접해 있다. 순천만은 5.4㎢(160만평)의 빽빽한 갈대밭과 끝이 보이지 않는 22.6㎢(690만평)의 광활한 갯벌로 이뤄져 있다.

겨울이면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철새 희귀종들이 순천만을 찾아온다. 순천만에서 발견되는 철새는 총 230여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조류의 절반가량이나 된다. 순천만은 농게, 칠게, 짱뚱어 등과 같은 갯벌 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저서생물 300여종, 염생식물도 120여종에 달한다.

대대포구에서 갈대숲 탐방로를 지나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순천만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특히 S자형 수로는 전국의 많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에 담기위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생명의 땅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들

순천시는 순천만을 자연생태공원으로 지정해 보호 관리하고 있다.

각종 자연학습 자료들과 영상물들을 갖춘 자연생태관과 천문대, 갈대숲 탐방로, 용산전망대, 야생화정원, 담수습지, 갈대정자, 갯벌관찰대 등 사계절 생태체험을 위한 각종 시설들이 잘 갖춰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탐방에 앞서 순천시 순천만운영과 박승조 담당으로부터 현황설명을 들었다. 순천만에서 볼 수 있는 흑두루미는 1999년 80마리에서 2009년 350마리, 2012년 661마리로 늘어났다. 큰고니, 검은머리물때새, 노랑부리저어새 등도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들이 사라져가는 다른 지역과 달리 순천만은 새들에게 안정적인 공간을 제공하며 철새들의 낙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순천시는 철새농업지구(2008년부터 59ha) 지정, 전봇대(282개) 제거, 무논 조성(2개소 10ha, 철새들의 놀이터), 철새먹이 공급원(친환경 무농약), 철새 먹이주기, 철새지킴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습지·갯벌 복원도 추진하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해 7월부터 해당부서(4개 계)를 과로 승격시키며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이곳에는 해설사(36명)·미화요원·공익근무요원(103명)등 수백명이 근무하며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따라 방문객은 2005년 120만, 2007년 180만, 2008년 260만, 2010년 295만명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도 230만명이 찾았다. 2011년부터는 공원입장료를 유료화하고 있는데, 입장료만 수십억원에 달해 세수에도 큰 도움을 주며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아가 청정갯벌에서 나는 해산물 판매수익 증대 및 인근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연간 천억원을 넘어서 순천시의 주요한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녹색성장의 롤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국에서 4만7000여명의 공무원이 다녀갔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순천시는 한때 개발과 보전의 기로에 섰다. 1990년대 하도정비계획을 수립해 준설을 하는 과정에 골재채취를 놓고 찬반논란이 일며 지역사회가 고민에 빠졌다. 이후 1997년부터 시작한 순천만갈대제를 계기로 환경보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녹색성장의 기틀을 다졌다.
 


◇또 하나의 볼거리,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순천시는 세계 5대 연안습지를 보호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이 너무 많다보니 자동차 소음 및 배기가스, 인근의 식당과 양식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사람들의 무분별한 훼손 등 순천만 갯벌의 서식환경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에따라 5km떨어진 곳에 새로운 생태환경을 조성해 광범위한 에코벨트를 조성한다는 것이 순천시의 구상이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열린다. 정원을 도시로 끌어들이는 노력은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의 새로운 재생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지금의 원도심을 21세기 삶의 질에 걸맞게 새로이 구성해야 하는 순천시의 고민도 담겨있다. 정원박람회는 약 30개국의 생태 테마정원과 전시시설 등을 갖추고 내부에는 내륙생태습지가 복원되며 한국 정원의 우수성을 알리고, 산림청과 함께 도시숲 가꾸기, 정원, 화훼산업, 시민 일자리, 내년 순천지명 700년이 되는 기념공원까지 갖추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박람회장과 순천만을 잇는 4.6km 구간에 무인궤도열차(사업비 610억원) 운행을 추진하자 ‘순천만 소형 경전철’ 사업이 서남해안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순천만 갯벌은 보존 상태가 좋고 시의 세계유산 추진 의지도 높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인공적인 시설’에 의해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해 신중한 사업추진이 요구된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 정해주(56)순천만 자연생태해설사

“천연 기념물 흑두루미가 정겹게 하늘을 날고,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갈대가 사람들을 반기는 순천만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온전한 연안습지입니다.” 정해주(56) 자연생태해설사는 해설의 달인답게 순천만 예찬론을 폈다.

“고풍스런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낙안읍성과 천년고찰 선암사, 송광사, 드라마촬영장, 고인돌공원은 순천의 자랑입니다. 도심에선 1급 동천이 흐르고 광주, 전남의 식수원이자 호남의 젖줄인 주암호, 친환경 옥토에서 자란 순천미인 농산물을 믿고 먹을 수 있는 행복한 고장이예요.” 그의 순천자랑을 끝날 줄 몰랐다.

구수한 전라도 입담에 호남이 그렇게도 좋냐고 하자, 고향이 부산이라고 했다. 남편을 따라 순천에 와서 자녀를 키우며 30년 넘게 살다보니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이제는 순천을 빼놓고 얘기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 고장에 흠뻑 매료됐단다.

정 해설사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을 보여주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며 여기저기를 안내했다.

조금전까지만해도 들판에 있던 흑두루미가 갯벌에 간 이유에 대해서는 하늘을 가리키며 독수리 때문이라고 했다. 썩은 고기를 주로 먹는 독수리가 공격을 하는 경우는 좀체 드물지만 경계심이 워낙 많은 까닭에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는 것. 일년동안 7번 색깔이 바뀌는 칠면초, 농게·칠게·짱뚱어 등과 같은 갯벌 생물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정 해설사는 순천만에 와서 용산전망대를 가보지 않으면 후회한다며 앞서갔다. 대대포구에서 갈대숲 탐방로를 지나 드디어 용산 전망대에 다다랐다. 끝없이 펼쳐진 순천만을 한눈에 바라다 보니 막혔던 가슴이 확 뚫리는 것만 같다.

“S자형 수로는 전국의 많은 사진 작가들이 카메라에 담기위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죠. 새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의 말대로 달과 지구가 밀물과 썰물을 통해 만들어낸 대자연은 하늘이 내린 정원임에 틀림없다.

“순천만은 너무 좋은 곳입니다. 언제든지 오세요.” 정 해설사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사진=황용인기자


※이 기사는 경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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