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한국식품유통학회 회장)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경제규모로 보면 경제성장률과 외환보유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위라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비중은 가장 낮아 나라 빚도 걱정할 게 없단다. 제조업 부가가치 1위에 근로자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는 세계경제의 우등생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서민들은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라는 냉소적 반응이 많다. 삶의 현실이 한겨울 날씨만큼이나 춥기 때문이다. 청년층 고용률 29위, 여성경제활동 참여율 30위, 임시직 근로자 비율 26위로 끝자락이다. 나라 재정이 튼실하고 기업들은 나라 밖에서 돈 잘 벌어들인다는데 서민들은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개개인은 무척 열심히 일을 하지만 살림은 펴지지 않고 가계 빚만 늘어난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빈곤이 확대되고 있다.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은 1990년대 전체 가구의 75.4% 수준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2000년 71.1%로 내려앉았고 2010년 67.5%로 줄었다. 빈곤층은 10년 동안 9.2%에서 12.5%로 늘어났다. 점차 빈곤의 덫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너지는 중산층, 추락하는 서민경제

나라 경제는 잘 돌아간다는데 국민의 살림살이가 자꾸 고단해지면 박탈감만 커진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나는 중산층이다’라는 국민이 52.8%에 그친 반면 무려 45.3%가 ‘나는 하층민이다’라고 한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그걸 말해준다. 국민 스스로 ‘하층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다. 별로 꿀릴 게 없는 교육을 받고 웬만한 소득을 얻는 직업을 가진 보통의 국민들 중에서 절반 가까이가 스스로 빈곤계층이라고 자조(自嘲)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일생동안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다수인 58.7%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들에게는 세계 아홉 번째 국가로 무역 1조달러 달성의 위업도 나와 상관없는 얘기일 뿐이다. 수출로 키워온 우리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의 연결고리는 이미 끊어진 듯하다. 대다수 서민들의 현실은 소득이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물가는 끝없이 뛰고 가계빚은 자꾸만 쌓여가고 있다.

악순환에서 벗어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불황의 그늘에서 오히려 중산층 붕괴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절망스럽다. 집이 있지만 그 집 때문에 가난한 ‘하우스푸어’, 직장은 있지만 비정규직 딱지가 붙은 ‘워킹푸어’, 노후를 준비 못한 ‘리타이어(retire)푸어’가 늘고 있다. 내집 마련을 위해 잔뜩 빚은 졌는데 집값이 형편없이 떨어져 팔지도 못하고, 자식교육에 모든 걸 쏟아붓느라 아무것도 저축할 수 없었는데 이제 꼼짝없이 퇴직의 칼날을 맞아야 하는 베이비부머들, 열악한 근무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수많은 비정규직들. 이들이 우리사회의 신빈곤층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보았듯이 이들 신빈곤층과 함께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진 보통 월급쟁이들과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건드리면 터질 우리 사회의 뇌관이 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곤층이 확대되어 사회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필리핀, 맥시코, 브라질 등의 경우처럼 걷잡을 수 없는 퇴보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산층과 서민 살리는 정책부터 시행해야

중산층은 모든 정치·경제·사회 갈등의 완충지대이자 균형추 역할을 하는 사회 중심계층이다. 중산층이 불만과 좌절, 분노로 흔들리면 사회안정을 지탱하는 건전한 시민의식이 뒤틀리고 보편적 가치와 질서마저 무너지게 된다.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발전 에너지를 잃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진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서민경제를 살려 빈곤층을 축소하고 국민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사회안정의 중심계층인 중산층을 육성하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 5년 동안 국가경영을 맡게 된 새 대통령과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부터 내놓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번듯한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이 불편없이 살아갈 만한 돈을 벌 수 있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서민들에게 열심히 일을 하면 다들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줄 것인가. 이것이 현시점에서 이 나라와 국민을 제대로 지켜 나가기 위해 새 대통령과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