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부자
사랑의 부자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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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연말이면 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캐럴과 구세군의 이웃돕기 구호를 이번 겨울에는 듣기가 어렵다. 낮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추운 날씨마냥 꽁꽁 얼어붙은 경기흐름 탓일까. 성탄카드와 연하장, 선물을 사려는 인파로 북적이던 예전 풍경과는 달리 문구점, 백화점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70년대에는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렸었다. 머리 위에 깨끗이 씻은 양말을 놓고 자면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신다고 믿고 눈을 비비며 산타를 기다렸었다. 성탄절 아침, 머리맡에 놓여 있는 크레파스와 책, 장갑을 보며 산타가 주신 선물이라며 좋아하던 추억이 새삼 그리워진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기념일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며 가난한 자, 고통 받는 자를 돕고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다. 이 엄동설한에 추운 방에서 오들오들 떨며 긴 밤을 지새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추위보다 더 시린 외로움에 흐느껴 우는 이웃들도 많다. 자식이 많아도 바쁘다는 이유로 찾아주지 않건만 오히려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노부모님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요즘 시골에는 비싼 난방비로 인해 나무땔감을 쓰는 집이 늘고 있다. 기름보일러를 두고도 추위에 떨며 겨울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 양로원에서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마음마저 시려온다.

경제가 어렵고 인심이 각박해질수록 기부문화와 이웃돕기가 활성화돼야 이 사회가 훨씬 더 따스해지고 밝아진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나눔의 삶을 본받고 사랑의 정신을 이어가는 아이들이 많아진다면 보다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 17일 우리 학교 전교 어린이회 임원이 전교생 144명이 모은 사랑의 동전 27만3370원을 전달하기 위해 대방경로당을 찾았다. 아이들 스스로 모은 동전을 외로운 노인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을 기르고 웃어른에 대한 예의와 공경의 정신을 실천하는 기회로 삼고자 실시한 행사이다. 집에서 잠자던 동전을 모으니 큰돈이 되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며 앞으로 이웃돕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아이들 모습에서 밝은 미래가 보였다.

우리 학교는 고학년들이 대방경로당을 찾아 청소를 하는 등 봉사활동에 앞장서 왔다. 아이들 손으로 직접 만든 떡과 케이크 등 맛있는 음식을 들고 학교 주변에 사시는 독거노인을 찾아가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대방초등학교는 농어촌 전원학교로 조손가정과 저소득층 가정이 많다. 교육복지대상 아동들이 교육활동을 하는데 경제적 이유로 저해받는 요인을 없애고자 의료비와 복지용품을 지원하고 기초학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방과 후 전원공부방을 운영하며 다양한 문화체험 학습과 특기적성 교육으로 적성에 맞는 꿈을 키워주고 있다.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제주도 문화체험학습도 할 예정이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남을 사랑하기가 쉽다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서 꿈을 이루고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또한 우리 모두가 물질은 풍요롭지 못해도 사랑의 마음만은 인류에게 다 나눠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넉넉한 사랑의 부자로 살아가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서외남·사천대방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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