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8>
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8>
  • 이은수
  • 승인 2012.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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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두웅습지와 신두리사구
▲눈 내린 두웅습지.
금강 서해유역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수욕장에는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넓은 모래벌판의 신두리 사구가 있다. 해안선의 길이가 3.4km이고 해안선에서 육지로의 폭이 500m내외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모래언덕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모래가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서서히 형성된 것이다. 사구는 과거에 필요없는 땅으로 인식되어왔으나 사실 해안과 내륙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폭풍과 해일로부터 묵묵히 해안선과 농경지를 보호해 왔다. 해질녘 사구위로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이국적인 풍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며 태안8경중 하나로 손꼽힌다. 드넓은 모래 구릉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사구 깊숙이 숨겨진 두웅습지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각박한 일상에도 희망의 옹달샘이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신두리 사구의 남쪽에 위치한 두웅습지는 전형적인 사구다. 사구습지는 사구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습지를 지칭하지만 항상 물이 고여있는 호수를 띠는 곳은 단 하나 두웅습지 뿐이다. 두웅습지는 일반습지와는 달리 호수의 밑바닥이 모래를 이루어져 있고 바닷가임에도 바닷물이 침투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인 금개구리 서식처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신두리 사구 언덕에는 밀물을 따라 가끔씩 기름기를 보이며 태안기름 유출사고의 흔적이 남아있다. 또 펜션 등이 바람을 막으면서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아름드리 펼쳐진 사구가 뜯겨 나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두웅습지는 황소개구리 등 포식자들의 침입으로 청정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금개구리·맹꽁이의 보금자리 두웅습지

두웅습지를 찾아 순천만에서 차를 타고 다시 300여km를 달렸다. 고속도로 서산IC에서 647번 지방도를 이용해 신창저수지를 지나 해미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서산에서 32번 국도를 이용해 태안 방향으로 이동했다. 태안에서 603번 지방도를 타고 신두리에 이르렀다. 두웅습지에 도착하자 마자 손님을 반기기라도 하듯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먼저 금개구리상이 눈에 띄었다. 안내판에는 금와왕의 이야기와 함께 부여의 신화가 등장하는 습지라고 소개했다. 화장실도 한쌍의 금개구리 형상으로 만들어 누가봐도 이 곳이 금개구리 서식처임을 알수 있다. 인적마저 드문 아담한 못의 얼음위에는 눈이 소복이 쌓였다. 습지를 감싸고 있는 갈대에도 새하얀 눈꽃이 활짝 피었다. 우산을 쓰고 순백의 세상을 한발짝 한발짝 거닐수록 세속은 멀어지고 정감은 더욱 깊어간다.

◇생명품는 작지만 강한 습지

두웅습지는 충남 태안군 신두리 260-1번지 일원에 면적은 6만4595㎡로 크지 않은 습지다. 하지만 왕소똥구리와 금개구리, 그리고 표범장지뱀의 서식이 확인되는 등 생태계가 우수한 것으로 판단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습지의 주변에는 311종의 식물이 자생하는데 가장 깊은 곳의 붕어마름 군락부터 얕은 곳의 갈대군락까지 10개의 식생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동물은 삵과 고라니 등 대형무척추동물 49종, 육상곤충 110종, 어류 9종, 양서류 14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1종인 붉은배새매와 같은 조류도 39종이 발견된다고 하니 습지의 포용력이 놀랍다.

이에따라 두웅습지 북쪽 육지 부분은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해양부분은 국토해양부에 의해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환경부는 2002년 11월 지형적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이 곳이 훼손의 위험성이 높다며 습지호보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또한 2007년 12월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기에 이르렀다. 두웅습지는 주변에 농경지가 적어 사람의 간섭은 적게 박도 있지만 포식자들의 침입으로 큰 살을 앓고 있다. 이 곳의 관리인이 황소개구리와 붉은 귀거북을 포힉하고 있지만 이들 포식자의 수는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는 수위·수질 동식물에 대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호보지역지내에 오염원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토지매수 등의 습지보전 활동과 더불어 습지 생태탐방을 돕기 위해 생태해설사를 두고 있다. 또한 태안군은 두웅습지에서 신두리 해안사구까지 0.9km구간에 약 4억원을 투입해 데크로드를 만들계획이다.

▲두웅습지 금개구리 화장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아픔 딛고 일어서는 신두리 해안사구

두웅습지를 보고난 뒤 강주희 생태해설사의 안내로 ‘신두리 해안사구’를 둘러봤다. 우선 거대한 규모에 깜짝 놀랐다. 이어 이 아름다운 곳이 태안반도 기름유출 현장이라는 설명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주변에는 아직도 간간이 기름띠가 보이며 선박에 의한 기름유출 사고의 흔적이남아있다. 하지만 자정능력을 가진 자연은 생태계가 안정되며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고 있었다. 들판에 모래 구릉이 발달된 이 곳은 무신 등 영화찰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태안반도 북서부의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선을 따라 길이 약 3.4km, 너비 500∼1.3km로 남북 방향으로 형성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해안사구이다. 면적은 100만5165㎡로 30만평에 달한다.

해안사구는 해류에 의해 사빈으로 운반된 모래가 파랑(波浪)으로 밀려 올려지고, 바람의 작용을 받아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된 퇴적지형이다. 해안사구는 육지와 바다 사이의 퇴적물의 양을 조절하여 해안을보호하고 내륙가 해안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완충적 역할을 하며 폭풍과 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경지를 보호하고 해안 식수원인 지하수를 공급하며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모래언덕의 바람자국 등 사막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과 갯완두, 초종용, 해당화, 금개구리, 표범장지뱀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지형적 생태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해당화는 신두리사구지역의 대표적인 사구 식물로서 상당한 면적의 아름다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갯그렁은 신두리 사구지역에서 해변가에 가장 인접하여 자라고 있는 식물로 이는 염분에 아주 강한 것을 나타낸다. 순비기 나무는 신두리 사구지역의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목본사구식물로 군데군데 넓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갯멧꽃은 신두리 사구지역에서 흔히 찾아볼수 있는 식물로 뿌리가 깊어 도저히 뿌리의 끝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갯멧꽃은 꽃이 아름답고 모래를 퇴적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신두리에서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식물이다. 좀보리사초는 신두리 사구지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사구식물로 큰 군락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모습이 아주 아름답다.

▲신두리 사구 언덕에는 밀물을 따라 가끔씩 기름기를 보이며 태안기름 유출사고의 흔적이 남아있다. 또 펜션 등이 바람을 막으면서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아름드리 펼쳐진 사구가 뜯겨 나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습지에 대한 이해 느낄 때 보람있어요"
강주희 생태해설사

“무의식적으로 보는 동·식물도 설명을 듣고 그 가치를 이해하게 되면 자연이 다시 보입니다.”

강주희(36)생태해설사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습지의 내용을 알기쉽게 풀어서 들려주려고 애쓰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태안의 습지에 매료돼 4년째 생태해설사를 맡고 있는 그는 눈이 오나 비가오나 습지를 떠나지 지키고 있다. 이날도 눈내리는 습지를 관조하며 자연의 일부가 됐다.

환경보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푸른태안21회원으로 인형극단에서 활동하며 학교 등지에서 에너지 절약·그린스타트 등 환경공연(연간 10여회 인형극 공연)을 통해 자라나는 2세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야기는 다시 습지로 이어졌다.

“습지가 아담해 족히 10분이면 둘러볼 수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관찰하면 자연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 더없이 좋습니다.” 두웅습지의 매력에 대해서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신두리 사구를 함께 둘러봐야 태안 습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며 적극 안내했다.

금개구리가 왜 이렇게 많느냐고 물었다. 이에 “금개구리는 부여신화에도 등장하는데 부와 명예를 상징한다. 최근들어 개체수가 급감하여 점차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습지의 연꽃에 잠자리·나비·사마귀를 순식간에 잡아먹을 정도로 순발력이 좋다. 올챙이 시절부터 꼬리 지느러미 좌우에 선명한 굵은 금줄이 있어 다른 올챙이와 구별된다”고 들려줬다. 또한 “종다리는 신두리사구에 번식하는 대표종으로 하늘을 날면서 아름답게 노래한다”며 습지의 낭만을 예찬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 가서는 구멍이 숭숭 뚫린 곳을 가리키며, “개미지옥의 집단서식지”라며, “개미귀신이 모래땅에 파 놓은 깔때기 모양의 구멍에 숨어 있다가 떨어지는 개미나 곤충 따위를 잡아먹는다”고 들려줬다.

강 해설사는 마지막으로 “습지는 미래세대에게 물려 줄 소중한 유산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함께 근래에 외래종이 많이 침투해 큰 걱정”이라며 습지보전에 관심을 가져다 줄 것을 당부했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용인기자


※이 기사는 경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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