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식 (경남도의원)
‘모방은 제2의 창조’라는 말이 있다. 모방을 통해 새로운 기법을 창출하고 뭔가 다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뜻이다. 그런데 요즘 경남을 둘러싸고 도를 넘은 모방이 잇따르고 있어 기가 찰 노릇이다. 제2의 창조가 아니라 그저 짜가·짝퉁에 다름 아니다.

첫 번째 사례는 부산의 사천 항공클러스터 모방행위다. 우리나라 항공산업 생산량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천이 이미 진주와 함께 항공국가산업단지 조성 추진을 통해 항공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밝혀왔는데 부산시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대한항공이 부산시와 항공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절대 납득이 되지 않는 처사다. 지식경제부의 지자체간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방지하려는 ‘항공산업 지역별·기능별 발전계획(2010. 11.)’에 정면으로 위배됨은 물론 이로 인해 초기 성장단계인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공멸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기도 하며 부작용이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현재 전 세계 항공산업의 시장은 연간 5000억 달러 규모, 2020년에는 700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어서 이를 기대하며 바라보는 지자체 간의 분쟁은 있을 수 있지만 부산은 대도시요 포화도시다. 더군다나 부산의 경제 GNP와 서부경남의 GNP의 차이가 심하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사천과 진주 등 서부경남 지역민과 상공인의 여망 등을 고려해 부산에 항공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사업추진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두 번째는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따라 한 서울 등축제를 들 수 있다. 특히 진주지역의 반발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달 초 진주시의회와 진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들이 서울시와 시의회를 항의 방문했다. 매년 가을 비슷한 시기에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모방한 서울 등축제가 열리고 있는 것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서울 등축제가 계속 개최되면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도이자 국제도시인 서울에서 청계천을 무대로 비슷한 축제를 연다면 지방축제는 그만큼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서울시의 처사다. 서울시가 ‘한국방문의 해’ 기간인 올해까지만 등축제를 열기로 해놓고 호응을 얻자 내년에도 관련 예산 11억7000만원을 편성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서울 등축제는 ‘관등놀이’라는 나름의 역사성과 지역특성을 바탕으로 기획한 축제라며 진주남강유등축제와는 유래와 배경이 다른 축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두 도시에 전시된 등의 모습이 아주 흡사하게 만들어진 점에서는 서울시의 주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진주시의회와 진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들이 상경해 서울시장과 시의회 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된 점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결국 진주시의회는 ‘진주시의 고유 역사와 정체성을 담아 정통축제로 특화. 성공시킨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진주남강유등축제를 그대로 모방한 서울 등축제 시행 즉각 중단’,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을 감안한 지역축제의 독창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것’ 등이 적힌 결의문을 전달했다. 진주시는 서울시가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까지 열 계획이다. 요컨대 서부경남지역은 경남 중에서도 소외된 지역,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혀 온 지 오래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도시들이 우리 서부경남의 경제, 산업, 문화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려 하고 있다.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된다. 재정도, 일자리도, 인구도 잃거나 줄어들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힘겨운’ 서부경남은 더 궁핍해지기 마련이다.

부산과 서울의 입장 변화를 요구한다. 부산 항공클러스터 조성과 서울 등축제, 원조격인 서부경남 지자체들을 괴롭히지 말았으면 한다. 정부는 군소 지자체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유·무형적 재산을 탈취당하지 않도록 중재하고 보호해야 될 것이다. 가진 것도 힘의 논리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약자들의 눈에는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경남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와 진주남강유등축제의 짝퉁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