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새해는 감사와 축복으로
연말과 새해는 감사와 축복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1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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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아무리 아름답고 고운 색채일지라도, 결국 겨울철엔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 그 어떤 찬란하고 요란스런 색깔이었어도 때가되면 제 바탕색을 능가하지 못함을 깨닫게 되니,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그 어떤 목숨도 영원은 없고, 마지막이라는 것이 있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간단한 이치도 이 겨울의 말라 죽은 풀포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거늘. 자기만은 천년만년 살 수 있을 듯이 잊고 살았던 망각과 착각에서 깨어날 수 있는 이 겨울이야말로 감사의 계절이 아닌가.

지난해가 아무리 괴롭고 아팠다 해도 문득 고마워질 수 있는 연말. 어쩌면 유달리 괴롭고 지겨웠음이 오히려 고마워지지 않는가. 지난해의 그 쓰디쓴 체험을 통해서 우리는 얼마나 큰 가슴과 높고도 깊은 눈길을 가지게 되었는가. 아니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읽어내고 느껴내는 지혜로운 시력까지도 얻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이제는 눈앞의 것들에 안달하고 아등바등하지는 말자. 바라는 것이 안 되어도 새해부터는 그것을 더 크고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감사와 축복으로 여기자. 그래서 그 무엇이 어떻게 되더라도 늘 고맙고 감사하다는 광활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진실로 감사하고 축복으로 여겨야 할 것은 따뜻한 봄철과 열정의 여름과 청명한 가을만이 아니었음을 눈뜨게 해준 겨울. 이런 눈이 떠진 사실에도 고맙고, 이런 눈을 뜨게 해준 이 추운 겨울과, 다시 한해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표현조차 힘든 이 감회에도 감사하자. 더욱이 이 마지막은 마지막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소망으로 못 다한 꿈을 꾸게 해주는 새해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아닌가. 바라건대, 앞으로도 무수한 연말이라는 마지막과 새해라는 시작을 맞고 보내면서 표현할 수 없는 감회에 감사하자.

그리움과 사랑의 가슴이면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닿는 것, 모두가 아름답고 신비롭고 감사하게 느끼듯이, 그런 가슴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진주의 모습을 바라보자. 우리와 함께하는 저 우뚝한 망진산과 휘어지며 시내를 가로지르는 남강의 물줄기…. 이제 가슴 펴고 용기 있게 나아가서 저것들과 교감하며 즐겁게 생활하자. 말라붙어 있는 나뭇잎도 우리가 파랗게 느끼면 초록 잎새이듯, 우리들의 인생을 여려가지 감각으로 수용하여 새해에는 보다 가치 있게 살아가자. 세월이 우리를 찾아왔다 실망하여 떠나지 않도록 새로운 365일을 겸손하게 받아서 뜻있게 살아보자.

남강물이 얼고 눈발은 펑펑 내려 덮여도 여전히 흘러가야 하듯 꽁꽁 얼어붙은 이 겨울에도 어딘가는 숨 쉬며 살아서 오는 봄을 꿈꾸는 생명이 있듯이,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자. 남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사소하고 작고 작은 것들에도 우리는 행복해 하자. 그래야만 사소한 일상을 정직과 진실로 성실하게 살아가리니. 생활에 충실하면 어찌 그 인생도 충실하지 않으리오. 남이 살아가는 겉모습과 부질없는 생각에 흔들려서 불행해지지 말고, 새해에는 자신의 모습에서 진실로 귀중한 것을 찾아내어, 오직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기만의 행복을 고맙게 여기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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