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케와 작심삼일
티케와 작심삼일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형준 (진주 동명고 교감)
문득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새해가 되고 새 학년이 되면 새로 받은 교과서를 비료 속포대나 지나간 달력으로 깨끗이 포장을 하면 선고(先考)께선 모필(毛筆)로 표지에 과목명을 한자로 적어주셨다. 國語, 算數, 道德, 實科…, 나는 그 책들을 머리맡에 두고 개학 전날까지 설렘으로 몸을 뒤척이면서, 올해는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등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이런 다짐은 얼마 안 가서 이내 잊었다. 그야말로 작심삼일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새해가 되면 빠지지 않고 몇 가지 다짐들을 했었고 그 다짐들은 실천과 성취 여부를 떠나 나 자신의 삶의 원동력이 되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케(Tyche)는 행운의 여신으로, 로마 신화에 나오는 포르투나(Fortuna)와 동일시되는 신(神)이다. 영어에서 행운을 뜻하는 포춘(Fortune)의 어원이 바로 포르투나이고 포르투나는 바로 티케에서 비롯되었다.

이 여신 티케에게는 풍요를 뿜어내는 뿔이 달려 있었는데, 그녀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이 뿔에서 나오는 정기를 받아 많은 선물과 행운을 선사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운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여신 티케는 가만히 있지 않고 여러 곳을 돌아 다녔기 때문에 자연히 부지런히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이 티케와 자주 만나게 되어 행운을 많이 얻게 되었는데, 후대 사람들은 ‘행운’이란 말을 ‘우연’과 결부 시키지만 행운은 사실 가만히 있지 않고 바쁜 삶을 살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찾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행운의 여신 티케는 우리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여신 티케를 만날 확률, 즉 행운을 접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크 앨런이란 동기부여가(백만장자 코스의 저자)는 ‘행운이란 준비와 기회의 만남이다. 당신이 준비할 때 기회는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취업이 어렵고 청년 실업률이 높으며 사회 부적응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우리나라에 10만 명을 넘었고 일본엔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가 120만 명 정도라 한다. 미취업과 은둔 생활자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해결될 일은 없을 것이다. 적극적인 사고에 실천적 행동이 수반되면 못 이룰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작심삼일도 마찬가지다. 한 번 결심하여 사흘 간다면 삼일에 한 번씩 결심하면 될 터이다. 넘어지면 삼년밖에 못산다는 삼년고개에서 넘어져 걱정하는 아버지께 지혜로운 딸은 열 번을 구르면 30년을 산다고 조언하여 근심을 해결했다는 우리의 구전설화의 교훈을 되새겨 봐야할 것이다.

연말연초면 자주 떠올리는 시(詩) 중에 오장환의 ‘The Last Train’이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저무는 역두(驛頭)에서 너를 보냈다./비애(悲哀)야!”라고 읊었다. 행운의 여신 티케는 오늘도 우리의 곁을 지나가고 있을 것이고, 철저한 준비와 실천으로 우리 주위의 모든 분들이 행운의 여신, 티케를 꼭 만나는 한 해가 되길 빈다. 그래서 나는 새해 벽두에 묻는다. “당신은 올해 모든 비애를 떠나보내고 멋진 행운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돌아다닐 준비가 되었습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