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금법
국회의원 연금법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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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올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길은 꽁꽁 얼어서 넘어져 다친 환자들이 너무 많고 추워도 너무 추워서 야외활동을 하기 힘들 정도이다. 대선이 끝나고 국민들은 일상으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국회에서 지난 1월 1일 통과시킨 2013년 예산안에는 헌정회에 128억260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 중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이며, 지난해 말 기준 헌정회 회원 수는 18대 국회의원을 포함해 총 1141명으로 이 중 780명에게 연금이 지급된다. 예산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한 명당 월 120만원의 연금이 지급되는 셈이다. 일반인의 경우 매달 30만원을 30년간 꼬박 내야 이 정도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정치권은 총선 및 대선 전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연금법 폐지를 주장해 왔다. 앞서 새누리당은 하루만 국회의원이 돼도 한 달에 100만원 넘는 돈을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 연금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민주통합당은 국회의원 연금법을 폐지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새해 첫날부터 슬그머니 국회의원 연금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국회의원 연금법은 소득 인정액 제한기준이 애매한 데다 재직기간 의무 납입액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의원 연금법 본회의 통과 후 비난 여론이 들끓자 새누리당은 연금지급 대상범위를 ‘현재의 수령자’로 묶고, 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소득이 일정수준 이상이면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통합당도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치인들이 매번 언론에서 말하는 레퍼토리는 식상할 만큼 똑같다. ‘특권을 내려놓겠다’,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겠다’ 등의 멘트는 이제 이별을 노래하는 가사보다 더욱 친숙하다. 하나 행동은 정반대이다. 국회의원의 세비 삭감, 정수 축소, 겸직 금지 등의 내용은 온데간데없고 연금관련 예산안만 일사천리 통과됐다. 대선 전 연금법 개선을 주장했던 새누리당과 폐지를 주장했던 민주통합당은 단일팀처럼 예산안 통과를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수많은 특권은 계속해 논란이 됐다. 이번 통과된 예산안도 그 중 하나다. 국회의원 연금법은 정확히 말하면 국가원로단체인 대한민국 헌정회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지적되는 연금법안의 모순은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 국회의원들은 재직기간 중 연금 명목으로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일반 국민 기준으로 연금 120만 원을 받기 위해서는 30만원씩 약 30년을 내야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특혜다. 두번째, 재산소득 상관없이 연금은 지급된다. 일반 국민은 정년 후 일정액 이상의 수입이 있으면 연금을 받을 수 없지만 지난 4·11 총선에서 2조194억원을 신고했던 정몽준 의원도 65세 이상 헌정회 소속이 되면 똑같이 120만 원을 받게 된다. 세번째, 재직기간의 기준이 없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하루만 일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된다는 것은 너무 큰 특혜이다. 타 연금과의 형평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나라를 위해 싸웠던 6·25 참전용사 연금이 월 15만 원에 비해 국회의원 연금은 8배나 높은 수치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새로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시작될 것을 기대하였지만 이러한 기대는 이번 연금법 통과로 한순간 무너졌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던 박 당선인의 신념이 낳은 첫번째 결과물이 연금법이었다는 것에 지지했던 국민 다수가 실망했다. 자칭 진보라는 이름을 내걸고 국민의 편에 서겠다던 민주통합당도 박기춘 원내대표부터 법안에 찬성했다는 사실에 더욱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여 국가와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기 위하여 국민이 직접 선출한 자리이다. 결코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한 법은 국민의 뜻이 아님을 몰라서 하신 일이라면 우리 국민들이 용서를 해야겠지만, 날이 너무 추워도 연탄을 땔 수 없는 국민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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