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는 지도(地圖) 찾기
빚 갚는 지도(地圖) 찾기
  • 김순철
  • 승인 2013.0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환문 (진주시 예산담당)
얼마 전 한 시의원의 칼럼을 읽었다. ‘시민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것 아껴서 빚 갚은 것 아니냐. 그게 죄송하다고 해야지 자랑할 일이냐’는 내용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진주시 발전을 위해 투자한 생산성 부채까지도 마치 ‘악성부채인 것처럼’ 주장하고 심지어 액수까지 부풀리고 있었다.

일본의 유바리시는 무분별한 지역개발에 따른 막대한 부채로 2007년 파산하면서 시립양로원, 시립도서관, 공중화장실까지 폐쇄했고, 시청 직원수를 50% 이상 줄이고 월급도 삭감했다. 유바리시를 보면서 진주시 재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시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 둘째, 내 월급도 깎일지 모른다는 위기감 셋째, 진주시가 민선 5기 출범 이후 1156억원이던 부채를 2년 반 만에 1036억원이나 상환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먼저 막대한 빚은 왜 생겼을까. 원흉은 전국체전을 위해 신축한 종합경기장이었다. 신축자금 1805억원 중 1383억원을 진주시가 부담하였고, 이 중 무려 800억원이 부채화되었다. 그 외에 여성웰빙센터 149억원, 청동기박물관 121억원, 서진주IC 인공폭포 27억원, 상수도 적자 107억원 등이 원인들이었다.

빚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필자가 편의상 구분한다면 ‘악성부채’란 수입은 거의 없으나 관리·유지비를 계속 투입해야 함은 물론 반드시 갚아야 하지만 갚을 재원이 없는 부채이고, ‘생산성 부채’는 투자를 목적으로 발생하는 빚을 의미한다. 즉, 빌린 돈으로 택지나 산업단지를 조성한 후 분양해 부채상환과 이익창출까지 이루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겠다.

진주시가 안고 있던 기존 빚은 대부분 악성부채였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억울했고, 시 공무원으로서 부끄러웠다. 그리고 빚은 어떻게 갚았는지 궁금했다.

우선 악성부채는 두 가지 방법으로 갚았다. 첫째, 지출 감소인데 2차례 마이너스 추경으로 372억원 절감, 불요불급한 보건소 신축 취소 64억원, 월아산·가좌산 생태숲 조성축소 79억원, 전시성·낭비성 예산삭감, 시청조직 축소 등으로 가능했다.

둘째는 수입증가인데 청사 내 에어컨 가동중지, 승강기 운행조정 등 에너지 절약 성과로 국가에서 받은 교부세 17억원, 2010년과 2011년 시책추진 우수·최우수 등 대외평가로 받은 상사업비 및 인센티브가 91억원이었다. 그 외 지역 국회의원의 협조와 시청의 국·도비 확보팀의 빈번한 도와 중앙부처 방문으로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예산확보 등이 큰 몫을 했다.

그렇다면 이런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악성부채를 왜 갚아야만 하는가. 빚이 많으면 시내버스 무료환승, 어린이 무료 예방접종 등 복지비 지출은 줄고 세금은 증가해 시민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틀지 않는 시장의 고집을 원망하며 흘린 땀, 수없는 계단 오르내림 그리고 이 혹한을 견디는 시린 내 손…. 이렇게 에너지 절약 한 분야에서만 번 돈이 무려 17억여원이었다. 그래서 나도 진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빚 갚기의 주역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현재 진주시의 부채는 120억원이 남아 있다. 그런데 부채 562억원이 새로 생겼다. ‘562억원’, 이게 뭔가, 바로 생산성 부채다. 진주 KTX 역세권 개발과 사봉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자금이다.

처음 언급한 시의원은 높은 식견과 경험으로 충분한 검토를 하였겠지만, 그래도 빚의 성격과 부채의 정확한 액수에 대해 신중하고 정확한 구분이 없는 듯하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선심성 예산이 곧 표가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빚 갚기를 감행하였다. 그 모든 어려움을 감내하고 숱한 욕까지 먹어가며 1156억원의 빚 중 90%에 해당하는 1036억원의 빚을 갚았다. 그런데 재정 안정화를 위한 진주시의 노력에 대하여 칭찬은커녕 폄하까지 한다면 과연 그것이 시의원의 시정에 대한 올바른 견제라고 할 수 있을까. 내일의 진주는 ‘빚에 허덕이는 도시’가 아닌 ‘빛으로 반짝이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악성부채 없는 생산성 투자증대가 진주시 발전의 초석이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