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의 대통령'돼 5년 후 80% 이상 지지기대
'대타협의 대통령'돼 5년 후 80% 이상 지지기대
  • 경남일보
  • 승인 2013.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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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우리의 근현대사는 참담했다. 대통령 자리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위치라서 우리는 기러기 같이 용감하고 헌신적인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기러기는 사람 같은 영물은 아니지만, 봄에 와서 암수가 만나 2세가 태어나 홀로 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새끼를 보호하면서 산다. 철이 바뀌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때는 그 가족들만 가지 않고 다른 기러기 가정과 함께 떼를 이루어 하늘 높이 ‘V’자를 이루어 날아간다. 무리 중에서 가장 힘이 센 기러기가 앞장을 서서 무리 떼를 인도하면서 날아간다. 앞장 선자는 맞바람을 가장 많이 받는 희생을 한다. ‘V’자 형태는 뒤따라가는 기러기들에게 기류저항을 적게 받기 때문에 뒤따르는 기러기는 힘이 덜 든다.

역사학자들은 역대에 가장 탁월한 임금으로 세종대왕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반대자의 설득, 인내, 소통 등 세종대왕의 탁월한 지도력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백성을 긍휼(矜恤:불쌍히 여겨 돌보아 줌)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세종시대 33년 중 18년 간 정승을 지낸 영의정 황희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고사를 남겼다. 집의 여종이 다른 여종을 “간악한 년”이라고 일러바치자 황희는 “네 말이 옳다”고 했다. 다른 여종이 똑같은 얘기를 하자 그 때도 “네 말이 옳다”고 했다. 마침 조카가 옆에 있다가 줏대 없음을 꼬집자 황희는 “네 말도 옳다”고 하였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종대왕과 황희 같은 지도자의 지혜가 아닐까. 적어도 세종대왕과 황희는 편견을 갖고 함부로 남을 재단하는 일은 삼갔다. 세종조가 태평성대로 불리는 것은 황희 같은 인물을 역대 최장수 재상으로 등용한 세종의 혜안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지도자 福 없고, 대통령 하기 힘든 나라

그간 우리의 대통령 대부분은 1년 만 지나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검증 없이 한 특정지역 편중 인사의 실패에다 경제, 안보, 정치의 정책 잘못과 주변의 비리 때문이었다. 비참한 회상이지만, 지난 1980년 이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대통령으로 권세를 누린 지난 30여 년 동안 단 한 사람의 훌륭한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심정은 정말로 참담하다. 본인이 아니면 그 가족과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에 갔다. 이제는 지도층의 모럴헤저드에 더 이상 방관하거나 관용을 베풀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성공한 부분은 택하고, 실패한 부분은 버리면 된다. 하나 지도자의 복(福)이 별로 없는 나라였다. 대통령, 내각, 여·야 등 지도자 중에는 무기력·무능·무책임한 자가 많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일이 많았다. 정권초기에 80~90% 지지가 퇴임 때는 겨우 20%대에 그쳤다.

우리는 대선 후 ‘역시 잘 뽑았어’라는 말을 듣기도 쉽지 않고, 국민들은 칭찬에도 인색하다. 참으로 ‘대통령 하기 힘든 나라’다. 사회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분열과 갈등이 문제다. 남북이 갈라져 있고, 18대 대선을 치르면서도 동서 간의 고질적인 지역 갈등, 2030 대 5060 간에 이념·세대 등 다양한 갈등이 외부로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서로 간에 생채기를 남겼다. 물론 대통령의 책임 부분도 있지만 홍수가 생겨도, 규제가 생겨도, 가뭄이 들어도, 살림살이가 힘들어져도 대통령 책임이라며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차기 정부는 그간의 나라 항로(航路)를 지우고 새 항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위기다. 세계가 무한경쟁시대라 기존의 체제가 흔들리고 있고 국민의 살림살이가 크게 쪼들려서 위기다. 국민과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빛이 그리 밝지 않다.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내각, 여당·야당의 지도부, 심지어 전직 대통령까지 국민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실망시키며 분열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각기 정치놀음에만 몰두했었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모조리 잘못됐고 지성사회가 이를 모두 외면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간 航路 지우고 새 항로 만들어야

실패한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불행으로 귀결된다. 건국 이래 그 파란과 격동의 세월 동안 우리는 참으로 다양한 지도자를 경험했다. 독재, 갈등 등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성숙한 역량을 키워온 우리는 정말 멋지고 근사한 성공한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되었다. 지도자는 위기에 빛난다고 했던가. 5년 단임제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첫 1년, 첫 내각인선에서 결판나는 것을 감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이념, 계층, 연령별로 갈가리 찢긴 나라를 하나로 만드는 ‘대타협의 대통령’이 되어 5년 후에 8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떠나는 모습을 간절히 바라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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