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땐 돈 없어도 병원 갈 수 있는 사회
아플 땐 돈 없어도 병원 갈 수 있는 사회
  • 김순철
  • 승인 2013.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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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근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1976년 영국은 IMF 구제금융 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몇 년 뒤 마가렛 대처(M. H. Thatcher)는 영국 수상으로 취임하자마자 시장만능주의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영국에서 가장 큰 국가 소유의 서비스영역인 의료부분, 즉 NHS(National Health Service·국가보건서비스)의 민영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영국의 마지막 자존심인 NHS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면 NHS란 무엇인가. NHS는 병원 및 의료분야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 무상의료시스템이다. 즉 영국에서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요에 따라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써 가족 중 한 사람이 병에 걸리기만 하면 집안이 거덜나기 쉬운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볼 때 마치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영국은 이미 1948년부터 모든 국민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그 원칙이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일부 사람들은 영국 NHS에서는 의사들이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에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유인이 부족한 반면 우리나라 의사들은 대부분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들은 굳이 처방하지 않아도 되는 진료를 하게 되고(과잉진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의 의료치료(비급여)를 과도하게 남발함으로써 환자들의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한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의료행위가 이윤추구에만 몰입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환자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영국처럼 환자가 이윤창출의 대상이 아닌, 말 그대로 돌보아야 할 대상이라면 의사들은 진실된 마음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2010년 기준 공공보건 의료비가 62.7%에 불과하다. 즉 우리가 납부한 건강보험료로 62.7%만 지원되고 나머지 37.3%는 개인별로 추가로 지불해야 된다는 말이다.(감기 등 기본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만 MRI 등 고가의료 장비 검사비 등은 비급여로 개인이 부담해야 함)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온갖 민간 개인보험에 들고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경우 민간보험에 들지 못해 제대로 된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는 의료 양극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음에도 의료 양극화를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곧 우리사회가 보편적 복지라는 차원에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선진국의 최소수준인 85%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당위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향후 의료부분 하나라도 제대로 실현한다면 (정치적 공약(空約)이 아닌) 성공한 정부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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