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른, 또 같은
같지만 다른, 또 같은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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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륜현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한 사람의 인생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매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한 후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 명의 삶만 봐도 많은 길이 있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길을 합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 많은 길들이 모두 다 다르다는 것. 이렇게 무수히 많은 갈래의 길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얼마나 신기한 일일까. 한데 그 사람이 나와 마음이 맞는다면 그 얼마나 행운인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다른 곳을 바라볼 수도 있고,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후자의 경우에 비해 조금 서운한 상황이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것을 공유하는데 서로가 지향하는 그 끝에는 다른 것이 놓여 있다. 그렇다면 결국 어느 시점에서 둘이 갈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에 마음이 안 맞을 수도 있고, 가까운 미래에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 물론 추상적인 목표가 같더라도 구체적인 목적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어느 한쪽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가치관이 달라서 그게 충돌하다 보면 인간관계가 틀어지거나 가고 있는 길에서 주춤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어떨까.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결국 지향하는 것이 같다면 말이 잘 통할까? 이것도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긴다. 다른 둘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서로 다른 상황을 보고 배우면서 보탬이 될 수도 있다. 나와는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일을 처리해 나가는지 알게 되고 목표가 같음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반대로 그 걷는 길이 너무 다름에 서로 이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서로가 걷는 길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하고 비방하기도 하며, 자신이 걷는 길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일도 생긴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예 달랐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지만, 삶이라는 게 한 치 앞도 모르는 일이다보니 어떤 일이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다.

다름과 같음, 그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나를 기준으로 누군가를 빗대어 같음과 다름을 논하는 것은 왜일까. 옛날부터 공동체적인 가치관을 가진 문화이기 때문에 서로 융합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선조들의 사상이 우리의 삶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는 하지만,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서로 경쟁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것을 조화롭게 융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르기 때문에 배척하려 하는 것이 요즘의 실정이다. 내가 누군가를 다르다고 배척할 때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배척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서로가 다른 것을 갖고 있기에 다수가 모였을 때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무수히 많이 갈라질 수밖에 없는 삶을 살면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선을 긋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 사람들이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같은 이를 보고 동질감을 느끼듯이 다른 이를 보고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작은 웅덩이에 갇혀 살기보다는 서로가 얽히고설켜 강으로 바다로 사는 것이 더 즐겁지 않겠나. 서로가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다독여주면서 지금보다 천 갈래 만 갈래는 더 많은 경우의 수들이 생기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 더 멋진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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