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수산자원 다양성
기후변화와 수산자원 다양성
  • 경남일보
  • 승인 2013.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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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
작년 12월부터 몰아친 매서운 추위가 강세를 떨치면서 남해안 바닷가에는 폭설이 내리더니 새해에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겨울철 따뜻한 날씨로 남해안의 차가운 물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이 자취를 감출까 염려하였다. 그런데 근래 우리나라 겨울철은 추위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연안수도 차가워져서 거제도에는 냉수성 물고기인 대구의 어획량이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그동안의 치어 방류사업 덕분에 자원상태가 나아져서 해가 갈수록 큰 개체가 많이 어획되고 있다. 덕분에 시장의 좌판에 놓인 큼직한 대구를 판매하는 상인이나 구입하는 주부들, 얼큰한 대구탕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이 즐겁다.

한편 올해 1월초에는 꽁꽁 얼어붙은 남해안의 거제도 장목 해안가에 또 다른 종류의 물고기 떼가 나타났다. 따뜻한 물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난류성 물고기인 멸치였다. 멸치가 해안을 가득 채워서 물 반, 고기 반을 이루고 있다는 뉴스를 들은 사람들은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리둥절해 했다. 더구나 같은 시점에 외국에서도 노르웨이와 미국의 바닷가에 청어 떼가 밀려 와서 거대한 폐사군집을 이뤘다는 뉴스를 들으며 전 지구적인 사태로 확대해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름철에는 거제도 구조라 해수욕장 해변에 멸치 떼가 포식자의 쫓김을 받아 밀려들면 해수욕객이 뜰채로 뜨는 진기한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해안이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 매서운 추위 속의 해안에서 뜰채로 잡자마자 얼어붙어 버리는 멸치 떼는 역시 낯설기만 하다. 왜 요즈음의 남해바다에는 냉수성 물고기가 주로 어획되던 연안에서 난류성 물고기가 나타나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기후변화에 기인하여 우리나라 남해안의 해양환경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동해 깊은 수심의 차가운 바닷물이 남해동부 연안의 저층으로 유입되면서 대구와 같은 냉수성 물고기가 회유하므로 진해만과 거제도 연안의 겨울철 대구어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또한 남해동부 해역은 난류의 영향을 받아서 따뜻한 기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해역에 비하여 비교적 따뜻한 표층수온을 유지한다. 겨울철 수온은 십여년 전부터 다소 높아져서 멸치와 같이 난류수역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바깥 바다의 월동장으로 회유하지 않고 비교적 연안에 머물게 돼 겨울에도 멸치어업이 이뤄진다. 특히 올해에는 난류의 영향이 거제도 가까운 연안까지 영향을 미친 반면에 해안은 강추위로 얼어붙을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에 연안에 머물던 멸치 떼가 길을 잃게 된 것이다.

최근의 기후변화는 난류성 물고기와 냉수성 물고기가 수층을 달리하며 인접해역에 분포하게 되므로 남해바다의 수산자원 다양성을 유지하는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수산자원의 보존과 관리의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도 있다. 과거에는 육지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형성되던 멸치 월동장이 연근해 수온상승으로 연안까지 인접하게 되면서 겨울철에도 멸치가 대량으로 포획될 기회가 더욱 많아졌기 때문에 자원의 보존과 관리가 더욱 어려워졌다.

실제로 겨울철의 멸치 어획량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어획추세가 다음 어기의 수산자원과 어업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다가오는 봄철의 산란기를 준비하는 멸치자원과 겨울철 산란을 마치고 새끼와 함께 다시 동해바다를 향하여 회유할 대구자원이 지속적으로 적정한 개체수를 유지하며 우리의 식탁도 풍요롭게 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김진영·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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