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경남도의 재정위기, 잘 아시나요?
교수님! 경남도의 재정위기, 잘 아시나요?
  • 경남일보
  • 승인 201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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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환 (경남도의원)
며칠 전 어느 교수님이 “의원님!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기고한 글이 있었다. 그 교수님께서는 경남도의회가 작년 말 도시 공공디자인사업 예산 30억원을 삭감한 것에 대하여 나름대로 걱정을 표시했다. 즉 ‘경남도의회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다’거나 ‘상류층 의원님들이 도시공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도외시하고 쇼핑이나 고급술을 즐기고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더불어 ‘경남도의회의 최소한의 전문성과 이해력을 촉구’했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예산심사에 참여한 경남도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교수님의 사고방식과 표현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먼저 그 교수님께서 파탄위기에 있는 경남도의 재정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계신지 의문스럽다. 경남도의 누적부채는 1조 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2012년도에 1728억원을 빌렸지만 동시에 987억원은 되갚았는데, 이는 채무액의 57%를 빚을 갚는데 사용한 것이다. 한마디로 경남도는 빚으로 빚을 갚는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남도는 지방채를 더 이상 발행할 수 없어서 기금에서 돈을 빌어 쓰는 형편에 있다. 이것은 마이너스통장의 한도가 넘어 더 이상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할 수 없으니 적금대출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경남도는 재정파탄의 상태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산심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런 재정위기 상황을 인식해 불요불급하거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108개 사업의 예산 934억원을 삭감한 것이다.

물론 그 교수님께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예산이 삭감되지 않았으면 하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예산삭감은 많은 분야에 걸쳐 대폭적으로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그 교수님의 관심분야인 도시 공공디자인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의 예산도 많이 삭감됐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특정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그 사업예산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경남도 의원으로서는 특정한 사업보다는 경남도 전체의 입장에서 예산을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예산이 삭감됨으로써 특정한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돼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예산심의의 당연한 결과로서 어쩔 수가 없다.

그럼에도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특정한 사업예산이 삭감됐다고 하여 경남도의회를 시대에 역행하는 조직으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교수님께서는 ‘겨우’ 30억도 되지 않는 예산이라고 하면서 얼마되지 않는 것처럼 표현했는데, 경남도의 단위사업에서 30억원은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니다. 더구나 예산편성의 적정성 여부는 예산액의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업의 시급성이나 타당성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방의원에게 전공교수 수준의 도시공간에 대한 이해력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본다. 전공교수는 외유를 하면서 자신의 전문분야인 도시공간을 살피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의원은 도시공간을 배우는 학생이 아니다. 그 교수님께서는 상류층인 의원들이 도시공간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했는데, 생활수준에 따라 도시공간의 중요성이 달라지는가? 교수님께서는 지금까지 어떤 부류의 의원들을 만났는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교수들보다 오히려 가난하다. 또한 의원 대부분은 외유를 즐기거나 쇼핑이나 고급술을 즐길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

만약 이번에 의회가 도시 공공디자인 사업예산을 통과시켰다면 의원들이 도시공간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력이 높다고 할 수 있겠는가. 특정한 사업예산의 삭감이나 증액여부와 특정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 또는 이해력은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닌가. 그럼에도 특정한 사업예산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력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오히려 예산심사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본다. 따라서 특정한 사업예산과 연관시켜 전문성이나 이해력을 촉구하기 전에, 자신의 관심분야뿐만 아니라 경남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남도의 재정상황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오히려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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