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
공무원이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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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근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필자는 지금까지 약 15년간 대학 강단에서 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 중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행정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리고 행정의 주체가 누구인가’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대화를 할 때 이론과 현실의 많은 괴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행정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론적인 정답은 ‘공익(公益)’이다. 그러면 ‘공익이 무엇이고, 누가 공익을 판단하는가’가 중요하다. 보통 공익은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면 ‘공동체 구성원 다수의 이익을 누가 판단하는가’가 중요하다. 규범적으로는 국민이 공익을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국민의 뜻은 형식적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고, 특정사회의 힘 있는 집단(?)의 생각과 판단이 공익이 되어 버린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의지나 힘 있는 정치인의 의사 그리고 관료집단의 판단과 자본가의 능력 등이 바로 공익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 혹은 자본가는 바뀔 수 있지만, 변치 않는 집단은 관료집단뿐이다. 이러한 관료집단은 강한 결속력을 과시하면서 우리 사회에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관료들이 판단해 ‘이게 공익이다’하면 공익인 것이다.

다음으로 ‘행정의 주체는 누구인가’이다. 원래 행정이라 함은 삼권분립을 전제로 할 때, 한 사회공동체에서 정한 규칙과 질서 그리고 제도 등을 시행하는 분야이다. 이러한 행정을 누가 하느냐에 대한 것이 바로 행정의 주체와 관련된다. 그러면 행정의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국민이다. 그런데 행정의 주체인 국민들은 각자 직업이 있기 때문에 누구에겐가 이 일을 맡겨야 한다. 이때 국민들이 일정한 사람들에게 급여를 주고 맡긴 사람들이 바로 관료, 즉 공무원인 것이다.

그러면 공무원들이 국민들의 의사에 따라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무원들에게 맡겨 놓은 권한을 박탈해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공무원들에게 너무 많은 권력과 권한을 맡겨 놓았기 때문에 되돌려 받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바로 공무원들 스스로 변하도록 유도하고 통제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은 더욱 어려운 노릇이다.

필자는 작년 경기도 수원에 있는 행정안전부 산하의 지방행정연수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지방행정연수원은 주로 지방공무원의 5급 승진교육을 받는 곳이다). 본관 입구에 들어서니 ‘공무원이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라는 커다란 간판이 나를 반겼다. 그 문구가 반가웠고 흥분시켰다. 마음속으로 ‘공무원들도 잘 알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렇다. 공무원이 바뀌면 정말 나라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진작 공무원들은 생각이 다르다. ‘우리에겐 영혼이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요…’ 안중근 의사의 말씀이 생각난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搜命)’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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