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관 '고종의 투구' 보고 울어버린 황사손
日 보관 '고종의 투구' 보고 울어버린 황사손
  • 연합뉴스
  • 승인 201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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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임금이나 황제가 쓰던 익선관(翼善冠.왕이나 세자가 평상복으로 정무를 볼 때 쓰던 관)이나 투구, 갑옷이 없습니다. 이게 왜 일본에 있는 겁니까”

대한제국의 황사손(皇嗣孫·황실의 적통을 잇는 자손) 이 원(50) 대한황실문화원 총재는 5일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 앞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의친왕의 13남 9녀 중 9남 이충길씨의 장남인 그가 후사 없이 타계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이구(李玖·1931∼2005)씨의 양자로 선택된 것이 지난 2005년 7월.

이후 고종의 증손으로서 매년 1월21일이면 1919년 망국의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 고종의 기신제향(기제사)을 주관해온 그에게 있어서 이날은 그만큼 특별한 날이었다.

이씨가 이날 도쿄국립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이곳에 보관된 익선관과 투구, 갑옷을 특별 열람하기 위해서다. 도쿄국립박물관은 그동안 동양관 수장고에 넣어뒀던 이 물건들을 처음으로 외부인에게 공개했다. 그동안 박물관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일본인에게도 공개한 적이 없다고 한다.

도쿄국립박물관이 뒤늦게 이 물건을 공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익선관과 투구, 갑옷은 모두 일제강점기에 남선합동전기회사를 운영한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1870∼1964)가 1910∼1950년대 한반도 전역에서 수집한 1천여점의 문화재로 이뤄진 ‘오구라 컬렉션’에 포함된 것들이다. 오구라 사후인 1982년에 그의 아들이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익선관 등에 특히 관심이 쏠린 것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문화재 전문가 이소령씨가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1964년 숨지기 직전에 작성한 ‘오구라 컬렉션 목록’을 입수하면서부터다. 이 책에는 익선관 등 3점 옆에 ‘이태왕(李太王·고종) 소용품(所用品)’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 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 등이 이를 근거로 문화재 입수 경위 등을 따져묻자 도쿄국립박물관은 지난해 4월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물품”이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또 일본공산당 가사이 아키라(笠井亮) 의원실에는 “확인 결과 고종이 쓰던 물건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대한제국 황실의 적통을 잇는 이씨가 열람을 신청하자 마지못해 사진 공개 금지 등의 여러가지 조건을 붙여 이날 첫 공개에 나선 것이다. 이씨는 열람을 마친 뒤 “투구의 경우 1897년 대한제국 설립 후에 국화로 사용한 이화(李花.자두나무꽃) 문양이 사용된 것으로 볼 때 대한제국의 것이 확실하고 갑옷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익선관과 투구 등이 고종의 물건으로 확인된다고 해서 금방 한국에 반환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물건이 오구라 컬렉션에 포함된 경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 왕실의 물품은 일제강점기에도 엄격하게 관리됐다. 이 물품이 일본 측에 기증 등의 형식으로 넘어갔다는 기록이 없는 만큼 강탈되거나 불법적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이씨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앞으로 유출 경위를 확인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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