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곧 시작
끝이 곧 시작
  • 경남일보
  • 승인 201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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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철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어제는 24절기의 하나인 우수(雨水)였다. 눈이 녹아서 비가 되고 대동강의 얼음이 녹아서 물고기들이 밝은 햇살을 받는 시기이다. 계절이 겨울의 끝을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의 끝은 봄이 다가옴을 의미한다. 자연의 이치도 이러한데 인간사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학생들에게는 2월은 ‘끝’과 ‘시작’을 공유하는 달이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공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이며, 중·고등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진학을 하기 위하여 졸업이라는 ‘끝’과 입학이라는 ‘시작’을 경험하게 된다.

되돌아보면 필자도 시작과 끝을 되풀이하다 지금의 인생에 이르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은 시작(입학)과 끝(졸업)이라는 인생을 반복하는 숱한 제자들을 길러내고 있다.

며칠 전 필자의 대학에서는 졸업식이 있었다. 대학의 한 과정을 ‘끝’ 마치고, 사회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식이기도 하였다. 대부분이 취업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 두어서 그런지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어찌 보면 대학교육을 마치면 마지막 공부를 끝마쳤다고 할 수 있지만, 기업에 입사한 순간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늘 준비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대학에서 기술공부를 마친 학생일지라도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수준은 늘 발전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사회를 양육강식의 밀림과 같다고 하여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익숙해지라고 한다. 늘 머무른 자는 퇴보할 수밖에 없고, 눈을 감으면 꿈만 꾸지만 눈을 뜨고 있으면 그 꿈을 이룬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끝마침에 대한 기쁨에만 빠져 있지 말고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끝도 시작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한편으로 보면 끝과 시작은 떨어져 있는 개체가 아니다. 바다의 시작과 끝은 땅에 맞닿아 있고, 땅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로에게 시작이고 끝인 것이다. 필자의 대학에는 이미 사회생활을 했거나 타 대학에서 다른 공부를 했다든지 군대를 제대하고 기술을 배우고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다수 있다. 마치 뒤늦게 새로운 시작을 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뒤져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시작과 끝은 선택의 표현일 뿐 늦은 시작과 끝이 절대로 아닐 것이다. 오히려 시작조차도 못한 사람들 인생보다 ‘빠른 시작이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일 것이니까.

2월은 겨울과 봄이 맞닿은 달이고, 겨우내 얼었던 모든 일들이 풀리는 달이기도 하다. 겨울이 끝나면 새봄이 다가오듯 졸업이라는 끝맺음 속에 새봄을 맞이하는 무언가의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또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새내기들은 몇 년뒤 맞이할 끝맺음을 어떻게 연출할지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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