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봄맞이
교단의 봄맞이
  • 경남일보
  • 승인 201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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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 함께 오색영롱한 꿈을 펼치던 2012학년도를 마무리하고 춘계방학을 맞았다. 종업식 하던 날, 편지지에 추억들을 담아 전하며 5학년 때도 담임을 꼭 맡아 달라며 두 손 모아 빌던 아이들 얼굴이 떠오른다. 특히 휴대전화로 보내온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내 마음을 붙잡는다.

“선생님, 제가 한 해 동안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아서 죄송해요. 나쁜 사람 되지 말고 착한 사람 되라고 저를 많이 혼내시잖아요. 지난번에 선생님과의 약속을 어기고 친구를 때렸을 때 다른 사람한테 맞는 게 얼마나 마음 아프고 속상한지 느껴 보라며 선생님한테 맞았잖아요. 맞을 때는 손바닥이 아팠는데 맞고 나니 선생님 생각이 제 머릿속으로 쏙 들어오는 거예요. 이제는 친구를 괴롭히지 않을게요. 5학년 선생님이 꼭 되어 주세요.”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한 해를 뒤돌아보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들을 진주로 데리고 와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자 애써도 아쉬운 마음은 가실 줄 모른다. 담임을 계속 맡아 달라는 부탁에 젊고 예쁜 선생님을 만나면 더 행복하고 더 좋다고 하니 “얼굴과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의 기준은 외양이 아니라 내면이요, 자기들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마음과 열정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을 보며 내 사랑이 짝사랑이 아닌 마주보기였음에 가슴이 뿌듯하다.

2월이면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새 학년도에 근무하게 될 새 학교를 좀 더 빨리 알고 살 집을 미리 마련할 수 있도록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교사 전보업무를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면 좋겠다.”

근무연한이 만기가 되어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데 어느 지역이 배정될지 알 수 없으니 이사를 해야 할지, 통근을 해야 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 새 학년도에 맡을 담임학년과 업무 또한 좀 더 빨리 알 수 있다면 춘계방학 동안에 학급경영 계획과 업무계획을 미리 세워서 개학날부터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어야 아이들도 수업에 몰입할 수 있고 면학 분위기도 조성되는데 3월 한 달은 학급경영 계획과 업무계획을 세우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퇴근 후 늦게까지 남아서 하거나 집에 갖고 와서 일처리를 해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시의 큰 학교는 교사가 많아 업무량이 적고 학급경영에만 충실하면 된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는 대규모 학교의 교사 5, 6명이 맡아야 할 업무를 한 교사가 맡는다.

교사의 업무가 경감되고 맡은 업무 또한 미리 준비할 수 있어야 3월 초부터 교사가 수업에 몰입하고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표정과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교사에게 주는 것이다. 교사가 일에 쫓기지 않고 항상 아이들을 지켜보며 하나가 될 수 있어야 교실에 웃음꽃, 사랑꽃, 지혜꽃이 만발하게 될 것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살금살금 올라가 겨우내 움츠린 어깨를 펴주려고 준비하는 봄처럼 교사들도 마음의 봄이 찾아왔으면 한다. 새 교실에서 새 선생님과 함께 어떤 공부를 하게 될까 기대에 부푼 아이들에게 새싹처럼 파릇파릇한 배움의 싹을 움 틔워 줄 수 있도록 ….

/서외남·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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