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 친가족 찾기 캠페인]미국 입양 쌍둥이 자매
[해외입양인 친가족 찾기 캠페인]미국 입양 쌍둥이 자매
  • 곽동민
  • 승인 201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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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7개월만에 한국 떠나간 쌍둥이 자매
▲ ▲미국으로 입양된 뒤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작은 외곽마을 록키빌센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사연의 주인공 하이교(Kate)씨와 쌍둥이 언니 하일교(Meagan)씨.
 
친가족의 품을 떠나 타국에서 살고 있는 해외입양인들은 2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 중 자신의 뿌리, 친가족을 찾기 위해 고국을 찾는 해외입양인들은 해마다 4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 출신 해외입양인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해외입양인들의 친가족 찾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해외입양인연대(GOA‘L)와 연계, ‘해외입양인 친가족 찾기 캠페인’을 펼친다. 본보에서는 경남과 인연을 갖고 있으면서, 친가족 찾기에 나서고 있는 해외입양인을 월 1회에 걸쳐 소개함으로써, 이들이 친가족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아주 어릴 때 입양돼 한국에 대한 기억은 없어요. 양부모님도 우리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셨죠. 그렇지만 나를 낳아 준 친부모님은 꼭 찾고 싶어요.”

태어난지 7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하이교(35)씨. 하씨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진행된 경남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방문한 서울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며 “깨끗한 서울시내와 지하철, 밤늦도록 활기 넘치는 홍대 거리가 그립다”고 말했다.

이어 “친가족을 찾으러 한국을 방문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 속에서 즐겁게 지냈고, 서울이란 도시생활의 역동성을 느끼는 것도 즐거웠다”며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나와 같은 모습의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978년 11월 경남 밀양군(현재의 밀양시, 1995년 시로 승격) 하남읍 260번지에서 쌍둥이 언니 하일교씨와 함께 발견됐다. 쌍둥이 자매와 함께 발견된 쪽지에는 ‘1978년 11월21일 부산에서 태어난 것’으로 적혀 있었다.

두 쌍둥이 자매는 발견된 지 며칠 만인 그해 11월28일부터 한달 반 동안 부산에 있는 남광아동복지원에서 자매가 함께 지내다 이듬해인 1979년 1월 16일 KSS(한국사회봉사회)로 인도됐고, 그해 7월2일 미국의 한 가정으로 함께 입양됐다.

그가 자란 곳은 미국 뉴욕주의 롱아일랜드 지역의 작은 외곽마을인 록키빌 센터라는 곳으로 대다수가 백인인 백인지역 사회였다.

그는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양부모님은 최대한 언니와 내가 안정감을 느끼도록 사랑받고 있으며,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말 많은 노력을 해주셨다”며 “또 나에게는 자라나며 여러 경험을 함께 나눌 언니도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입양인들보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씨의 양아버지는 두 자매를 데리고 동네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그는 “아버지는 작은 빨간색 수레에 우리를 태우고 도서관에 가셨다가 수레에 책으로 가득 채워 다시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돌아오셨다”며 “어머니와도 함께 요리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고, 여러가지 공예 수업도 함께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머니께서는 2년 반 전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외국인을 찾아보기 힘든 백인지역 사회에서 자라난 두 자매는 단 한순간도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그는 “자라면서 항상 주변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꼈고,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떠올리지 않기가 힘들었다”며 “대학생이 돼서야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때 더 많은 한국문화에 대해 진짜로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군 하남읍(현재 밀양시)에서 발견돼 미국으로 입양된 쌍둥이 자매 하이교(미국명 Kate.35.오른쪽)씨와 언니 하일교(미국명 Meagan)씨의 모습. 가족찾기 사연의 주인공 하이교씨는 지난해 9월 해외입양인연대(GOAL)의 도움으로 한국을 방문해 가족 찾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씨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로 결심하게 됐다. 그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for college)에 진학했을 때 많은 한국 학생들을 만났고, 그 친구들에게 한국음식과 한국어를 배웠다. 그때 처음으로 비빔밥, 잡채를 먹어 보고 김밥도 만들어 봤다”며 “기숙사 방에 칠판이 하나 있었는데, 여기에 내 한국 친구들이 한국어 공부를 도와주려고 매일 한국어 단어를 하나씩 적어 놨었다. 이때가 내 인생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였고, 대학원 때 친가족 찾는 것과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씨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그는 “항상 내 친가족에 대해 궁금해 왔지만, 어렸을 때는 적극적으로 찾기에는 준비가 덜 되었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도 준비가 덜 됐었고 내 입양서류에도 정보가 거의 없다고 들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난 어디에서 왔고, 나의 친부모는 어떤 분들일까 늘 궁금했다. GOA‘L(해외입양인연대)을 알게 되었을 때 이미 한국방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 중이었고, 이제 좀 더 종합적인 친가족 찾기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자신과 관련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보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항상 나 자신의 한 부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 왔기에 한국에 왔을 때 친가족 중 어느 누구도 찾지 못하더라도 계속 가족을 찾을 것이고, 가족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찾은 친가족에 대한 단서는 자신이 발견된 곳의 주소뿐이었다. 갓난아기 적 머물던 부산의 한국사회봉사회에도 갔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워낙 어릴 때 입양돼 아무런 기억도 없어 그가 부모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입양 당시 찍은 갓난아기 적 사진 한 장뿐이다.

미국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하씨는 화가이자 텍스타일 디자이너(섬유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내 예술작품은 ‘장소와 기억’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로 다룬다”며 “아마도 입양인으로서의 나의 과거와 정체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친어머니를 만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하씨는 “나의 꿈은 친가족을 만나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친어머니께는 내가 어머니에 대해 좋은 감정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그저 어머니를 직접 보고 싶고, 저와 언니에게 이런 삶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다. 한국에 계실 나의 어머니 혹은 다른 친척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에 도움 주신분 해외입양인연대(GOA‘L) 백주연씨.
하일교, 하이교 쌍둥이 자매에 대해 알고 계신분은 아래로 연락 바랍니다.

(사)해외입양인연대(G.O.A.'L.)

G.O.A.'L. 홈페이지 : www.goal.or.kr

전화번호 02-325-6585, 6522(담당자 백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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