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차일드가, 문서보관소가 열리다
로스차일드가, 문서보관소가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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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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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전설의 금융 가문 로스차일드'
18세기 이후 인류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가문이 로스차일드가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워털루 전쟁, 남북전쟁, 제1, 2차 세계대전 등 주요 전쟁에 막후 주역으로 깊게 관여했다. 수에즈 운하 건설, 각국 중앙은행 설립 등 근대 자본주의사에서도 핵심 세력으로 활약했다.

지금도 전 세계 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등 위상이 여전하다. 이 가문을 분석한 책이 여러 권 나왔고, 가문의 인물을 소재로 삼은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를 쌓았고 어떤 식으로 부를 운용하는지는 자세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서구의 다른 부자 가문과 달리 근친혼을 선호하고 외부인의 개입을 막으며 철저하게 가족 중심으로 부를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필요에 따라 여러 전쟁과 혁명을 일으켰고 지금도 뒤에서 영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등을 통제하며 JP모건, 록펠러 등 국제 금융기업을 조종하는 숨은 세력이라는 음모론도 나온다.

음모론자 데이비드 아이크는 로스차일드 가문은 비밀스럽게 세계를 다스리는 ‘글로벌 엘리트 또는 조합’의 일원이라고 주장한다. 이 가문이 링컨 대통령 암살, 보어전쟁, 이스라엘 건설, 러시아 혁명, 닉슨 대통령의 달러화 환율 조작 등 세계사의 흐름을 마음대로 주도했다는 것이다.

와중에 지난 1990년대 후반 이 가문은 사상 처음으로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N.M. 로스차일든 앤드 선즈의 회장인 에벌린 드 로스차일드 경이 가문의 문서보관소를 외부인에게 개방한 것이다.

이 외부인은 런던 로스차일드 문서보관소에 있는 모든 자료와 개인 문서 수집물을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 1812년부터 1898년 사이 은행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편지 135상자 등 방대한 문헌과 통계자료를 5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외부인은 바로 세계적인 경제사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니얼 퍼거슨이다.

퍼거슨 교수의 연구 결실이 담긴 ‘전설의 금융 가문 - 로스차일드’(전 2권)가 국내 번역 발간됐다.

각 권의 분량이 660쪽, 852쪽에 달하는 대작이다. 135개의 비밀 편지 상자 가운데 핵심 5천여 통을 참고하는 등 엄청난 양의 자료를 밀도 있게 담았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역사는 1700년대 후반 독일 프랑크푸르트 빈민가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골동품 중개인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는 은행업으로 영역을 넓힌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부유한 유대인이 된 암셸은 아들 5명을 프랑크푸르트, 런던, 빈, 나폴리, 파리로 보내 각각 금융기업을 만들게 한다. 다섯 나라에서 뿌리내린 로스차일드 형제들은 각국 정부 재정을 좌우하고 국제 채권 시장을 장악하며 부를 키워갔다.

책은 형제 중 셋째인 나탄 마이어가 영국에 도착한 1798년부터 1999년까지 가문의 200년 역사를 그렸다. 단순히 이들의 부가 어느 정도인지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가문의 기원, 발전과정, 이면의 움직임까지 훑는다. 서양 근대 자본주의사이자 동시에 위대한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하소설인 셈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첫 번째 지침은 ‘단합’이었다. 암셸이 남긴 유언도 ‘흔들림 없는 단합’이었다.

퍼거슨 교수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오늘날까지 장수할 수 있는 이유로 위험 회피 성향을 든다. 가문이 보인 신중함은 가족 기업이라는 심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량은 많지만 흥미진진한 부자 가문의 역사가 당시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과 종횡으로 얽히며 흘러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21세기북스. 1권 3만5천원·2권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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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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