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오해와 진실
다문화, 오해와 진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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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 (창원대학교 다문화진흥원장)
현재 우리는 이주민 인구가 140만 명을 넘어서는 다문화사회에 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다문화라는 용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다문화사회보다는 다인종·다민족사회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문화를 이주민 중에서도 결혼이주여성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다문화의 의미로 볼 때 적합하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교실에서 선생님이 “다문화 손들어 봐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너 다문화지?”라고 놀리기도 한다고 한다. 다문화에 대한 이러한 편견적 태도도 문제지만 다문화를 결혼이주여성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하면 진정으로 다문화사회를 이루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 구성비율을 보면 결혼 이민자는 10.2%이다. 가장 많은 비율인 41.8%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이다. 그 다음이 외국인 주민 자녀로서 12%이다. 숫자만 보더라도 다문화가 곧 결혼여성이민자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는데 따르는 문제가 있다. 다문화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일이 필요하다.

문화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형성한 생활방식의 총체다. 사회집단마다 삶의 경험이 다르면 문화도 달리 형성된다. 인종과 민족에 따라 문화가 다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 사회 안에서도 계층, 지역, 연령, 종교 등에 따라 문화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문화의 속성상 단지 다르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문화가 다르면 세상이나 사물을 다르게 보고 지각하고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때문에 누구든지 자기 식으로 보고 듣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속성이 있다. 자민족 중심주의다. 자기 문화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자민족 중심주의 때문에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 대하여 편견을 갖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어떤 문화는 사회적으로 주류문화로 선택된다는 것도 주목해봐야 한다. 사회에서 주류문화가 된다는 것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그 문화의 눈으로, 그 문화의 틀로 사물을 보도록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적으로 배제된 집단은 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배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주류문화적 가치의 주입에 따라 상징폭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주여성의 경우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이 있는데 한국에서의 생활방식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한국식으로 바꾸라고 강요를 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상징폭력에 해당한다. 우리 문화로 동화하라고 하는 것이 상징폭력인 줄 모르고 강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문화의 자민족 중심주의적 속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만 옳다 또는 좋다는 자민족 중심주의를 탈피해야 한다. 그것이 문화적 상대주의를 인정하는 태도이며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태도이다. 이렇게 될 때 나와 다른 사람은 단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곧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문화의 개념이며 전지구적 공동체 의식과 태도를 갖는 길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자본과 노동의 전 세계적 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도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진정으로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주민 문제를 인권과 평등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다문화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이 역차별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역차별이 아니라 현재 불리함을 해소해 결과적으로 평등을 지향하고자 하는 적극적 차별정책으로 봐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평등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이렇게 다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의 이해와 수용이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질 때 인종과 민족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의 성, 계층, 연령, 지역 등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사회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열린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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