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0의 발명
183. 0의 발명
  • 경남일보
  • 승인 201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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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고대에는 각 수에 대해 서로 다른 기호를 사용하지 않고 수를 나타낼 때 매우 비슷한 방법을 이용하였다.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들의 알파벳 문자, 로마 사람들은 몇 개의 간단한 선 그리고 이집트 사람들은 적절한 형태의 그림을 이용하였다. 수를 표현하는 데 똑같은 기호들을 반복해서 사용하여 수를 나타내는 것은 가능하였지만 현재처럼 산술과정을 쉽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로마 숫자인 V, X ,C, M 등을 곱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현재까지 수의 표현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판알에 있었음을 당시에는 누구도 인식하지 못했다. 주판은 여러 문명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와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편리함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현대적인 자릿수 표기법에서 각 숫자는 수의 표현에서 차지하는 자리에 따라 서로 다른 값을 가진다. 주판에는 비어 있는 열이 있기 때문에 주판에서는 1부터 9까지의 숫자 외에 비어 있는 열에 대한 열 번째 기호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 기호가 없다면 주판 위의 다른 숫자도 같은 수로 표현될 수가 있다. 그렇지만 비어 있는 자리의 기호를 사용하면 수는 쉽게 구별이 된다.

주판 위에서 얻은 수를 기록하기 원했던 사람들 누구나 오늘날의 0으로 표현되는 빈 열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으로 선, 점, 원 등과 같은 기호를 이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수학의 거장이었던 아르키메데스, 피타고라스 그리고 유클리드도 0의 편리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0 또는 없음이 그리스 사람들에 의해 수로서 인식되지 못했던 것은 신기함 그 이상이다. 그들은 수가 신비의 대상으로 여겼던 최초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수의 비밀을 찾는 데는 관심을 가졌지만 수의 용도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마 이것이 수로서의 0의 개념을 인식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당시 수론에서 0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지만 0없는 수의 계산이 매우 불편하여 복잡한 수의 계산은 노예들에게 맡겨졌다.

인도인들은 0을 포함한 실용적인 산술표기법을 세계에 알렸다. 주판 위의 답을 나타내기 위해서 어떤 인도인이 알이 없는 열을 나타내기 위해 슈냐(sunya)라고 부르는 점을 고안해서 기호로 사용했다. 아라비아 숫자 중 첫째인 0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없음 또는 공(空)에 대한 기호 0의 발명은 인도 사람의 특유한 철학과 종교의 일면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슈냐는 기호 0으로 발명된 것이지 수 0으로 발견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인도 사람들의 표기법이 아라비아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었을 때 아라비아 숫자로 알려지고 0의 표기법은 즉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아라비아 숫자가 로마숫자보다 위조하기 쉬웠기 때문에 상업 어음에 사용되는 것이 1300년에 금지되기도 하였다. 보수적인 대학교수들은 로마 숫자와 주판을 고수하고 상인들은 새로운 숫자의 유용성을 인식하였지만 1800년대까지도 새로운 숫자 0이 유럽 전역까지 수용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김용수·김용수수학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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