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즐기자
'지금'을 즐기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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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많은 학생들이 방학이 시작될 무렵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는 방학이면 여행을 가겠다는 친구들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하거나 스펙(공인자격)을 쌓겠다는 친구들이 가장 많다.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서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나 역시 방학마다 몇 가지 대외활동을 한다. 그러한 활동 중에 만난 한 친구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함께 활동한 지 1주일쯤 되던 때, 그 친구가 나에게 “왜 신문사 기자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 친구 역시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별 생각 없이 “재밌으니까”라고 대답했다. 나에게는 아주 당연한 답변이었는데, 내 말은 들은 친구는 ‘뭐 이런 멍청이가 다 있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너는 왜 그 활동을 하느냐”고 되묻자,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스펙 쌓으려고 하는 거지. 공부에도 도움 되고”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하는 활동이 얼마나 자신의 미래에 유익한지 설명했다. 친구는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을 단지 미래를 위한 ‘투자’로만 보고 거기서 만난 사람과의 인간적인 교류나 활동 자체의 재미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이어서 자신의 인생관을 이야기했다. 어떤 게 성공한 인생인지에 대한 그의 철학은 한마디로 ‘젊어서 고생하고 늙어서 편하게 살자’는 것이다. 친구의 말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지금부터 한 30년 정도만 죽었다 생각하고 고생하면 나머지 인생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유럽여행 중 만난 노부부의 이야기를 했다. 노부부가 공원에서 함께 산책하는 게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다고. 자신도 그런 노후를 보내기 위해 젊을 때의 고생은 참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30년을 불행하게 산 사람이 나이가 들고 지금보다 돈이 많아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친구는 지금은 환경이 좋지 않아 자신이 행복하지 않고, 환경만 바뀌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고등학교 때도 이처럼 생각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대학만 잘 가면 다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도 공부뿐이었다. 그 친구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또 공부하고 있다. 요즘에는 “취직만 잘하면 다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 둘의 가장 큰 공통점은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미래에만 기대어 살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만 찾아다니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팽개치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1학년 때 마냥 노는 것이 인생을 즐기는 것이라 착각하고 시험기간에도 밤새 술을 마시곤 했다. 결국 돌아온 것은 F학점과 수많은 재수강이었다. 지금을 즐기라는 말은 마냥 놀기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더라도 준비하는 순간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것이다. 요즘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취업준비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을 위해 전공 공부를 하든 대외활동을 하든 항상 그 순간을 즐길 수 있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지금’을 즐기자.

/이동훈·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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