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용하는 종이의 양만큼 나무를 심자
내가 사용하는 종이의 양만큼 나무를 심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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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자문위원, 농학박사)
몸도 마음도 추웠던 겨울이 우수, 경칩을 지나자 땅에서 풋풋한 봄의 향기가 피어난다.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나무심기 기간이 다가온다. 우리들이 심은 나무가 자라서 종이를 생산하기 위한 원료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지난번에는 고대의 종이에 대하여 알아보았으며, 이번에는 이러한 종이가 어떻게 발전 되어 왔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종이의 기원에 대하여는 기원전 2세기경 식물성 섬유를 물에 풀어 발로 떠내는 원리를 알게 되면서 105년 중국의 채륜이라는 사람이 이를 개량하여 완성시키고 보급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초지법을 완성한 이래 중국의 당나라에서는 종이의 생산술과 이용법을 전국에 보급했을 뿐만 아니라 불교의 전파와 함께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로 전파해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종이의 혜택을 누려왔으나 종이의 제조법이 서양으로 전파된 계기는 8세기 중엽 동서양의 문화가 최초로 만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된 ‘탈라스강의 전투’이다. 즉 이 전쟁을 통해 동양문화가 유럽 문화발전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러한 동양문화 중 제지술은 이 싸움에서 아랍군의 포로가 된 한 기술자가 제지법을 이슬람세계에 전했다고 한다.

이후 서양에서 처음으로 제지공장이 세워진 곳은 우즈베크공화국 사마르칸트였으며, 당시에 제조된 종이의 원료로는 아마를 주로 사용했고, 이외 다른 초목의 섬유도 사용하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페르시아의 바그다드, 이집트 그리고 지중해를 건너 에스파니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지에 차례로 제지공장이 설립됐다. 그리하여 1750년에 제지공정의 대개혁을 가져왔던 네덜란드식 제지기가 출현함으로써 질이 좋은 종이의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여기에 영국의 J. 와트만이 더욱 발전시켜 1770년에는 고급 도화용지인 와트만지 제조에 성공하였다. 따라서 영국의 켄트, 프랑스의 아르쉬, 이탈리아의 파브리아노 지방 등의 유수한 제지업체는 오늘날까지 유명하며, 현재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판화지, 수채화지, 드로잉지의 원산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목재펄프는 언제부터 발명하게 되었을까? 15세기 중반 활자 인쇄기가 발명됨으로써 차츰 종이의 수요가 늘어나자 기존 종이의 재료인 아마 및 넝마를 사용한 펄프 이외의 종이 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또한 수공적 생산으로는 수요의 증가에 의한 공급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던 중 1719년 벌의 생태를 연구하던 프랑스 동물학자가 벌집의 구조에 착안하여 넝마 이외의 식물성 섬유로부터도 종이를 얻을 수 있다는 원리를 발표하게 되었으며, 그의 제안에 따라 짚 등 각종 식물로부터 종이를 만드는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약 120년이 경과한 1840년 드디어 독일의 F.G. 케라에 의해서 목재를 분쇄하여 펄프를 만드는 방법이 발명됐으며, 또한 1867년 미국의 화학자 B.C. 티르만이 화학적으로 안정된 처리법을 개발함으로써 목재펄프가 완성됐다. 이리하여 목재펄프의 발명에 따라 종이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고 그 뒤 개량을 거듭하여 다양한 종류의 종이를 생산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우리가 보통 양지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종이는 이 목재 펄프로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에는 수많은 재질의 종이가 있지만 대부분 목재에 의한 것이고 따라서 종이의 사용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종이를 생산하기 위한 목재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여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들이 적극적으로 강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디지털 종이라고 해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터치형 액정 같은 것들과 식물성 종이가 있는데 이미 파피루스 같은 식물성종이는 고대부터 발명된 것이지만 지금은 더욱더 개량하여 비목재 종이가 생산되기에 이르렀다. 비목재 종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케나프 종이’이다. 케나프는 히비스커스 속 일년생 식물로 케나프 종이는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지금도 세계의 종이 공급량 중 9%나 차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종이의 생산을 위한 목재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청에서는 매년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나무심기 기간으로 지정하여 전국에 나무를 심고 있다. 따라서 내 자신이 1년간 사용하고 있는 종이의 양만큼이라도 매년 나무심기 기간에 나무를 심겠다는 약속을 해줄 것을 필자는 바라며, 나무를 심는 마음에 희망의 뜻이 담겨져 있다는 금년 나무심기 슬로건처럼 희망을 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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