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의 마지막 기회
진주의료원의 마지막 기회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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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운 (객원논설위원,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진주의료원 폐업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진주의료원 폐업을 골자로 하는 경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어 있으며 경남도는 폐업을 위한 휴업을 예고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조치는 경남도의 재정 건전성 향상을 위한 출자·출연 및 도비지원 기관에 대한 구조개혁의 일환이다. 그리고 이것은 만성적 적자해결을 위해 지방의료원 평가기준에서 수익성 비중이 증가되고 상대적으로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 한편으론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의 최근 개정으로 민간 의료기관들도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지방의료원의 제도적 위상이 약화된 것도 배경이 된다.

진주의료원 폐지는 홍준표 지사로서는 역대 도지사들과 차별화되는 소신과 혁신 이미지를 구축할 정치적 기회가 된다. 폐업은 경남도의 재정 건전성 증대를 위한 고육지책이며 진주의료원의 자체 구조개혁 노력이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수 여론은 폐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고 폐업 반대의 논리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진주지역이 도내 다른 지역보다 의료 인프라가 더 좋다고 해서 진주의료원을 폐쇄하여 하향 평준화한다면 의료서비스 부분의 지역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셈이다. 진주의료원 자리를 도 제2청사로 활용하는 방안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이나 파장을 더욱 복잡하게 확산시키는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진주의료원 폐지가 이 지역에 도 산하기관들을 이전시키는 구상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진주의료원은 저소득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겐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이념적·정치적 대립으로 전개되는 흐름은 우려스럽다. 민주당 등 야권이 지방의료원 폐업을 설립처럼 보건복지부 장관의 협의 또는 승인사항으로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자치에 반한다. 도의원들이 소속 정당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폐업 찬반에 대해 획일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소신 없는 행동이다. 이번 사태가 폐업 반대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과 노조 시위에 대한 관성적 거부감의 충돌로만 인식되어서도 안된다. 폐업의 찬반 논리 중 어느 쪽도 지배적이지 못한 현 상황에선 충돌의 사회적 비용만 예상되며 이 어렵고 복잡한 정치적 게임의 승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료원 사태에는 경남도와 보건복지부가 책임져야 할 몫도 있다. 현실적으로도 진주의료원만 적자를 기록한 공공기관인 것도 아니다.

이번 사태의 해결은 공공기관이며 공익기관인 진주의료원의 본원적 가치에 대한 재인식에 기초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은 지방공기업이며 공기업은 공공성과 수익성이란 상충적 가치를 동시 추구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의 흑자는 오히려 공공성이란 본원적 기능의 포기로 볼 수도 있으므로 공공성의 극대화와 적자의 최소화가 목표이며 평가기준이 되어야 한다. 민간병원은 공공의료서비스도 수익성 범위 내에서 제공하므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의료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신종플루, 사스 등을 비롯한 의료재난 때 공공성을 위해 수익성을 적극 포기할 수 있는 인프라와 체제는 공공의료원의 장점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대안으로서 보건소 등에 대한 지원증대가 거론되나 예방기능 중심의 보건소가 기본 역량을 갖춘 치료기관이 될 수는 없다. 민간병원에 대한 새로운 지원도 재정 건전성 노력과 배치된다.

지방의료원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 차이는 진주의료원 사태의 핵심적 배경이다. 누적된 적자 외에도 공익기관으로서의 존재감 약화를 초래한 여러 주체들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제해결의 핵심은 강력한 구조개혁과 동시에 공공성의 회복에 있다. 이를 위해 일정 기간 내에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약정하고 불이행시 폐업하는 방향으로 마지막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현재의 병원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여 실버전문병원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지역수요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신념의 정치인 홍 지사에게는 한발 잠시 물러나는 포용의 정치인 이미지가 더해질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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