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사종 주인이 환생하다
연지사종 주인이 환생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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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래 (연지사종 환수 국민행동 공동대표)
서부경남권역을 옛날에는 진주목이라 했다. 이곳에서 ‘진주 연지사종 환수’와 ‘문화재 제자리찾기 운동’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도 이맘때쯤으로 어느덧 꼭 다섯 해를 맞는다.

‘연지사종(蓮池寺鐘)’은 통일신라시대 42대 흥덕왕 8년인 서기 833년(단기3166년/불기1377년)에 진주(옛 지명 청주·菁州) 중안리 소재로 추정되는 대사지(大寺地), 즉 진주 고지도 기록에 의하면 진주성 뒤편의 큰 절터와 해자로 활용되던 연못을 명명해 연지사를 유추하는데, 그곳 연지사에서 지역의 촌주와 유지들이 스스로 모금해서 주조한 범종(梵鐘)이다. 그때 당시 청주태수 김헌창의 난과 기근으로 이반된 민심을 아우르고 지역민의 안녕과 평화를 염원했던 신라시대의 3대 범종이기도 하다.

연지사종은 국보 제36호 평창 상원사종, 국보 제29호 경주 봉덕사종과 함께 신라 3대 범종으로 일컫는데, 연지사종의 울림은 760여년을 진주백성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다가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이듬해에 6만 민·관·군과 논개의 죽음, 진주성의 함락으로 수탈된 민족의 혼과 진주정신이 깃던 천년범종인 것이다. 또한 ‘연지사종’은 9세기 초에 통일신라시대 범종의 주조기술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고 주종의 문화예술적 가치와 그 의미가 특별해서 지금은 일본 국보 78호로 지정돼 후쿠이현(福井峴) 스루가시(敦賀市) 죠구진자(常宮神社)의 사설창고에서 420년 동안이나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지역에서 ‘약탈문화재 환수운동(掠奪文化財 還收運動)’이란 불씨가 발화된 시점 역시 때를 같이한다. 한동안 중앙무대의 공연예술분야에서 활동하던 필자가 개천예술제의 기획위원장 겸 축제 60주년 총감독으로 참여할 때였다. 축제 60주년을 기념하면서 가장 지역적인 주제로 관람객들과 소통하려던 기획·연출의 키워드는 시나리오 ‘천년의 약속’이었다. 즉 400여 년 동안 아주 잊혀져 버린 진주목(晋州牧) 천년의 역사이자 현존하는 생생한 역사이기도 한 연지사종을 스토리텔링해 남강을 무대 삶아 모두가 공감하는 역동적인 볼거리로 매년 색다르게 공연하는 플랜이었다.

역사고도의 도심을 휘도는 남강은 진주의 상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남강 위를 흐르는 바지선무대에서 진주정신의 결정체인 연지사종이 임진왜란 당시처럼 약탈상황을 10개 분야 예술장르로 재현하고, 개천예술제 60주년 기념의 해에 맞춰서 남강을 거슬러 귀향하는 강상퍼레이드를 통해 범국민적 약탈문화재 환수의 염원을 결집하는 지역특화형 축제극이었다. 아쉽게도 이런 연출플랜이 무산되면서 이듬해부터 문화재 환수운동으로 전환했고 ‘연지사종환수국민행동(蓮池寺鐘還收國民行動)’ 시민단체를 결성하면서 구체적인 실천행동을 시작했다.

약탈문화재 환수운동을 주창했던 그해에는 연지사종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왜곡되고 잊힌 역사 탓에 주변의 의혹들은 정면 돌파하면서 또 진주에서 주조된 범종임을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던 지역의 문화재 관련자들과 토론하고 더불어 공부하면서 고향 사랑하는 일념과 열정이 이뤄낸 연지사종 환수운동 5년간의 종결판은 ‘연지사종 반환요구서 일본 현지 전달’ 그것이다.

그렇다. 임진왜란 이후 60갑자로 7번째가 되는 420년 만인 지난해 3월 18일, 스물 아홉명의 연지사종 주인이 비로소 환생했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연지사종 주인들은 일본 극우파의 대치를 무릅쓰고 약탈된 국보급 문화재인 진주 연지사종 반환을 요구하는 국어, 일어 2종의 공식서한을 최초로 일본국 쓰루가시와 죠구진자에 각각 전달했다. 천년역사 이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서울시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베끼는 부당함을 성토하면서 우리는 남강 위를 흐르는 강상퍼레이드 ‘천년의 약속’이 역동성과 차별화는 물론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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