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물이라도 주워담자
엎질러진 물이라도 주워담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헌재 (낙동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주나라 명재상 강태공이 생활고에 시달려 스스로 집을 나갔던 부인이 다시 찾아와 받아달라고 하자 물 한그릇을 엎지르고 “한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고 말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번 잘못된 일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세계의 많은 전문가와 보고서들이 지구촌의 물부족 문제를 예견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13%나 되는 9억 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40%인 39억 명이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살아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정말 ‘엎질러진 물이라도 주워 담아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물부족 문제에 안전하지 않다. 연강수량이 세계 평균을 웃돈다고는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강수량은 세계평균의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70%의 강수가 여름에 집중돼 내리고 경사가 급한 산악지형이 많은 까닭에 순식간에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이에 특히 ‘물을 지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레이워터(Grey water)’라는 말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는 부엌·욕실 배수를 정화 처리하여 재이용하는 것을 뜻하는데 중수도 용수라고도 부른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설거지물이나 빨래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정화과정을 거쳐 물의 순도에 따라 공업용·농업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음료수로까지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레이워터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인구의 증가, 산업발전에 따른 생활패턴의 변화, 고령화된 도시화 등으로 물 소비는 증가하고 있지만 물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물을 아껴 쓰고 다시 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노후 상수도관 교체, 하수처리수 재이용, 중수도 설치 등을 통해 약 10억8만t의 물을 절약해 왔다. 2010년 6월 ‘물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물의 재이용률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고, 2011년부터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등의 빗물 이용시설 설치 의무화, 대규모 숙박업, 목욕장업, 물류시설 등의 중수도 시설 설치 의무화 등을 시행하고 있다. 물을 단순히 아껴 쓰는 것을 넘어 한번 사용한 물을 다시 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은 365ℓ로 거의 세계 최고수준이다. 물을 생명처럼 아끼고 깨끗하게 지키는 일은 우리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기본책무이다. 물 절약을 위해 양칫물을 받아쓰고 설거지통을 이용하고 샤워시간을 줄이며 빨래 헹굼 물을 다시 쓰는 등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의 물 환경을 변화시키리라 믿는다.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연일 회자되고 있는 ‘물은 생명이다’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2013년도는 UNEP에서 지정한 ‘International Year of Water Cooperation(세계 물 협력의 해)’이다. 올해 21돌을 맞이하는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이 한정된 자원인 물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이를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점차 심각해지는 물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노력이 지구촌 곳곳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실천으로 응답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