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낙동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우리나라도 물부족 문제에 안전하지 않다. 연강수량이 세계 평균을 웃돈다고는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강수량은 세계평균의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70%의 강수가 여름에 집중돼 내리고 경사가 급한 산악지형이 많은 까닭에 순식간에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이에 특히 ‘물을 지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레이워터(Grey water)’라는 말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는 부엌·욕실 배수를 정화 처리하여 재이용하는 것을 뜻하는데 중수도 용수라고도 부른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설거지물이나 빨래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정화과정을 거쳐 물의 순도에 따라 공업용·농업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음료수로까지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레이워터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인구의 증가, 산업발전에 따른 생활패턴의 변화, 고령화된 도시화 등으로 물 소비는 증가하고 있지만 물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은 365ℓ로 거의 세계 최고수준이다. 물을 생명처럼 아끼고 깨끗하게 지키는 일은 우리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기본책무이다. 물 절약을 위해 양칫물을 받아쓰고 설거지통을 이용하고 샤워시간을 줄이며 빨래 헹굼 물을 다시 쓰는 등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의 물 환경을 변화시키리라 믿는다.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연일 회자되고 있는 ‘물은 생명이다’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2013년도는 UNEP에서 지정한 ‘International Year of Water Cooperation(세계 물 협력의 해)’이다. 올해 21돌을 맞이하는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이 한정된 자원인 물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이를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점차 심각해지는 물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노력이 지구촌 곳곳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실천으로 응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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