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재활용을 위한 이삿짐 풀기
재사용, 재활용을 위한 이삿짐 풀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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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애들 결혼을 앞두고 방 3칸짜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몇 주 전에 이사를 했다.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을 줄여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지키고 싶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새로 이사온 동네를 몇 바퀴 둘러보면서 재활용, 재사용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이었다.

두 번 째로는 갖고 있을 필요는 없는데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골랐다. 예를 들면 옷과 책이다.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훨씬 반가운 일일 것 같았다. 옷장과 서랍장을 열었더니 첩첩이 쌓여 있었다. 모양은 멀쩡한데 작아서 입을 수 없는게 많았다. 무릎이나 엉덩이 부분의 천이 닳아서 얇아진 것과 옷깃의 접힌 부분이 헤어진 것은 어쩔 수 없이 동네 수거함에 집어 넣었다. 나머지는 상설 중고의류매장과 프리마켓에 드렸다. 주는 사람도 기분 좋고 받으시는 분도 고맙다고 하였다. 주제별로 책을 구분하여 책꽂이에 꽂으면서도 많이 골라내었다. 그러나 헌책이긴 하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책도 있었다. 30여년 전 결혼 주례자가 주신 성경책이나 녹색평론 창간호는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특별한 사연이 없거나 다른 분에게 더 필요한 것같은 책은 기증하기로 하였다. 특히 시, 소설, 수필, 자녀교육에 관한 책은 마을도서관과 행복한 가게에 가져다 주고 지역자료는 YMCA, 여성관련자료는 진해여성의 전화에 주었다.

평소에 여러 행사장을 다니는 편인데 대부분은 종이가방에 기념품이나 자료 등을 들고 올 때가 많다. 이걸 고스란히 모아두었다가 중앙동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에 가져다 주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2층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고무줄을 끼워서 신문을 던져놓은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모인 고무줄은 신문배달하는 분에게 되돌려 주었다.

세 번째로는 다시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따로 모아서 수리하였다. 3년 간 겨울철에 즐겨입은 코트의 소매 끝자락이 낡아서 실이 풀리고 있었다. 옷수선하는 곳에 맡겼더니 깜쪽같이 새걸로 만들어 주었다. 여기저기 있던 탁상시계를 모으니까 6개였다. 사파성당 옆에 있는 금은방에 맡겼다. 5개는 건전지만 넣어도 잘 돌아갔다. 나머지 한 개만 수리하였다. 오래된 녹음기와 라디오가 다락방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나 집 근처에서는 수리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10여년 전 선풍기를 수리했던 집이 떠올랐다. 무작정 가음정종합상가 2층에 있는 가전제품 수리점을 찾아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고치지 못하였다. 분해가 되지 않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어쩔 수없는 일이긴 하나 애써 찾아온 보람이 없어서 힘이 빠졌다. 공연히 미안함을 느낀 수리점 주인이 낡은 라디오 하나를 내밀었다. 성능은 정상이었다. 돈을 주겠다고 했더니 선물임을 강조하면서 그냥 가지라고 하였다. 이면지 활용은 벌써부터 해오던 일인데 역시나 A4용지가 꽤 많았다. 스테이플러로 찍힌 것을 일일이 떼어내고 가지런히 정리하여 라면박스에 넣어 컴퓨터 책상 밑에 놓았다.

모아둔 CD가 헝클어져 있었다. 우선 동영상과 노래로 구분하고 나서 노래는 클래식, 가요, 명상, 가스펠, 민중가요 등으로 분류하면서 버릴 것을 골라내었다. 이때 CD만 버리고 케이스는 다시 사용하였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문구류를 한군데 모았더니 문방구를 차려도 될 정도였다.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은 따로 분류해서 사무실에 가져가기로 했다. 나머지는 연필, 볼펜, 사인펜, 칼, 가위 등으로 구분하고 쓸 수없는 것은 버리고 나머지는 세 개의 통에 나누어서 서재와 거실, 안방에 각각 두었다. 앞으로는 리필 볼펜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재사용하기 위해 모아두었던 서류파일과 대봉투 역시 새것은 사무실에 가져가고 나머지는 추려서 다시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외에도 가방, 신발, 바누, 컵 등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였다. 짐을 정리하다보니까 어머님께서 사용하시던 놋그릇, 미싱, 다리미, 화로도 나타났다. 잠깐동안 어머님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실제 버리는 쓰레기는 굉장히 줄어들었다.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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