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정책' 둘러싼 이념투쟁장으로 번져
'보건복지정책' 둘러싼 이념투쟁장으로 번져
  • 이홍구
  • 승인 201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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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진단]진주의료원 폐업사태
진주의료원 사태가 ‘보건복지 정책’을 둘러싼 전국적 이념투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야당과 노조 등 진보진영에서는 이 문제가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뿐 아니라 노동·복지를 아우르는 시금석이라고 판단하고 총공세에 나서는 분위기다.

◇진보진영 총결집=민주당은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오제세 의원을 비롯해 이목희·김용익·양승조·최동익 의원 등으로 조사단을 구성, 진주의료원과 경남도를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의료원에서 조찬간담회를 열어 폐업철회대책위 관계자와 환자 등을 만나 의견을 듣고 경남도청으로 자리를 옮겨 폐업에 따른 경남도의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

이에앞서 민주당은 지난 22일 지방의료원 설립이나 해산 때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 개정안’을 내달 임시국회 기간 안에 통과시킨다는 것이 민주당의 방침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달 9일 도의회에 상정될 예정인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조례안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진주의료원 폐업! 공공의료 파괴의 신호탄인가’ 토론회도 열렸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국회차원의 문제로 넘어간 것이다.

진보성향 야당 국회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진주의료원 사태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에 이어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까지 진주의료원 폐업철회 투쟁에 뛰어들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도 지난 20일 진주시청 앞 인도에서 열린 진주의료원지키기 촛불문화제에 직접 참석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위원장 강병기), 진보신당연대회의 경남도당(위원장 허윤영) 등 도내 야권도 연일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개혁연대 소속 도의원들도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조례 상정에 대비, 의회 임시회가 개회되는 내달 9일부터 폐회일인 18일까지 의회에 전원 상주하기로 했다. 개혁연대는 25일부터 삭발, 단식, 농성 등 조례안 저지를 위한 가능한 모든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노조측도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를 넘어 현 정부와 새누리당을 정조준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노동자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 등 100여명은 22일 서울 여의도동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진주의료원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박근혜정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질 것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당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노조측은 24일 진주 경남도문화예술회관 앞에서 걷기대회와 거리 선전전을 진행한데 이어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가 끝나는 오는 27일에는 도의회 일원에서 2차 ‘집중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이념적 대립 도화선된 진주의료원 사태=야권과 노조의 이같은 전방위 공세는 진주의료원 파업이 경남도의 지역적인 의료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됐다. 진주의료원 문제에서 밀리게 되면 전국 지방의료원의 폐업 매각 등 도미노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실제 강원도를 비롯해 지방의료원의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지자체들은 진주의료원 사태의 추이를 촉각을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진주의료원 사태가 공공-민간의 의료 개념규정에서 부터 노동·인권·복지에 대한 우리사회의 날카로운 이념 대립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개혁연대 공동대표인 석영철 도의원은 최근 보수성향인 뉴라이트 계열 단체들이 의료원 폐업 찬성 회견을 한 것과 관련 “(진주의료원 문제는)이미 이념투쟁 국면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지사 대선 장기포석 해석도=경남도는 지난 21일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 명의로 공중보건의 5명을 제외한 의사 11명에게 4월 21일 자로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단순히 경남도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공공기관 개혁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홍 지사는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이 도지사 재선만 의식했다면 진주의료원 폐업이라는 극약처방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진주의료원은 강성 노조의 해방구’라며 자신은 진주의료원 문제를 대한민국의 앞날이라는 더 큰 지평에서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홍 지사의 이번 진주의료원과 관련한 행보에 대해 “‘대권도전’을 향한 장기 포석일 수 있다”는 주관적 해석도 내놓고 있다. 진주의료원 해결을 통해 ‘보수의 혁신 아이콘’으로 전국적 이슈제기를 의도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홍 지사가 그동안 공언했던대로 실제 폐업까지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휴업을 한 상태에서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 노조의 양보를 바탕으로 통큰 타협을 할 것인지다. 도청 주변에서는 홍 지사가 폐업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도의회에 넘긴 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휴업상태에서 일단 숨고르기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홍 지사는 25일 보건복지부를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는 진영 장관과 진주의료원 폐업을 비롯하여 민주당의 법 개정·의료원 폐업시 국고 반납 문제 등도 논의할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진주의료원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여권인 새누리당과 청와대 등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공공의료 정책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여권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진주의료원 관련 문제는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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