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부국 노르웨이, `풍요 때문에 서서히 침몰'
석유 부국 노르웨이, `풍요 때문에 서서히 침몰'
  • 연합뉴스
  • 승인 201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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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석유 부국 노르웨이 경제가 ‘풍요 때문에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노르웨이 경제는 수치상으로 전 세계 부러움의 대상이다. 우선 견고한 성장 속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 달러를 넘는다.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 보유 외환이 7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를 국민 1인당 보유액으로 환산하면 14만 달러다.

그러나 이런 풍요 때문에 일보다는 여가와 가정에 더 관심을 보이면서 경제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인구 500만 명 국가에 매년 5만 명이 이민 오지만 노동 생산성은 여전히 낮다. 반면 임금은 크게 뛰어 내수 기업의 경쟁력이 형편없다. 특히 석유 엔지니어링 쪽이 그렇다.

최근 국영 석유기업 스타토일이 낸 입찰에서 이 나라 조선-건설중장비 그룹인 크베너가 대우해양조선에 진 것도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크베너는 그간 이런 이유로 여러 번 입찰에서 실패했다.
오슬로 대학의 이바르 프로네스 사회학 교수는 “석유가 복권인 셈”이라면서 “풍요가 사회를 서서히 좀먹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람들이 집과 산, 해변의 별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고 개탄했다.

프로네스는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 오후에 여행을 떠나는 오슬로 직장인이 갈수록 늘어난다”면서 “주말이 너무 길다”고 경고했다.

반면, 임금은 큰 폭으로 뛰어 지난 2000년 이후 63%나 상승했다.

상승폭은 독일과 스웨덴보다 약 6배나 된다.

그러나 근로 시간은 갈수록 짧아져 파트 타임을 고려할 때 취업률이 61%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리스인도 이보다는 더 일한다고 노르웨이 중앙은행 보고서가 경고했다.

실업률이 3%에 불과하지만 갈수록 선호되는 파트 타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대 후반의 통신회사 직원은 “즐길 만큼만 버는 게 뭐가 나쁘냐”라며 “여가를 즐기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만 벌면 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도 최근 보고서에서 근로 시간이 10% 늘어나지만 않으면 궁극적으로 저축을 까먹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중앙은행은 노르웨이의 복지 제도가 노동시장 이탈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노르웨이 병원협회 관계자도 “풀타임 고용자의 근무 시간이 1974년 이후 연간 270시간이나 줄었다”라면서 “(최소한) 아이슬란드만큼 되려고 해도 한해 100시간 이상을 더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 쪽은 특히 심각하다.

노르웨이 최대 석유 서비스 기업인 애커 솔루션스는 올해 4천 명을 고용하려고 하지만 3분의 1만 내국인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위촉 보고서도 2016년까지 석유 엔지니어 6천 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베너의 얀 아르베 호건 최고경영자(CEO)는 대우해양조선에 프로젝트를 빼앗긴 데 대해 “가격 경쟁력이 우리에게 도전”이라면서 “품질이 좋다고만 해서 가격 열세를 극복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가격이 경쟁사보다 7-15% 높다”라고 덧붙였다.

항공사인 노르웨이 에어 셔틀도 이 때문에 허브를 태국으로 옮기고 내국인보다 임금이 훨씬 싼 아시아 승무원을 쓸 것임을 경고해왔다.

호주도 노르웨이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의하면 호주는 임금이 노르웨이보다도 19% 이상 높다.

노르웨이는 석유가 경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데 반해 호주 경제에서 광산업이 차지하는 부분은 3분의 1이나 된다.

그럼에도, 오는 9월의 총선을 앞두고 임금 시비가 ‘정치적 자살골’이기 때문에 침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르웨이는 노동력과 생산성 결여를 이민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문제만 더 만들고 있다고 중앙은행이 경고했다.

웨스테인 올슨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5년 전보다 (이민 노동력의)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노르웨이기업연합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잘못된 이민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엔지니어링 쪽에서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라고 덧붙였다.

재정 흑자가 GDP의 12%에 달하는 노르웨이의 복지 감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스웨덴이 지난 1990년대 단행한 것처럼 복지 혜택을 줄이지 못하면 흑자 재정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라 나온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오랜 관성 탓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기업연합 관계자는 “노르웨이 정치권이 이런 제반 문제점을 알고 있기는 하다”라면서 그러나 “사람들이 당장 위기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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