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2013]기부문화에서 희망을 찾다
[희망 2013]기부문화에서 희망을 찾다
  • 정원경
  • 승인 2013.03.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까지 힐링하는 달동네 미용사 김덕순씨
▲15년동안 독거노인들에게 미용봉사를 해온 김덕순씨. 27일 오전 진주시 옥봉동 한 할머니 댁에서 걸린 낡은 거울에 김덕순씨의 아름다운 모습이 비치고 있다.오태인기자
 
“오늘 할머니 두 분 머리 하실 때 됐다는데 시간 괜찮아요?”

27일 오전 10시 진주시 옥봉동주민센터 김용환 사회복지사가 김덕순(59)씨 미용실을 찾았다. 손님을 받아야 할 시간이지만 덕순씨는 바로 미용기자재를 챙겼다.

진주시 옥봉동주민센터 앞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덕순씨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들리면 손님이 없는 틈을 이용해 찾아나선다. 벌써 15년째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를 하고 있다.

“지금 가는 곳은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이에요. 몸이 불편해 잘 나오지 못하니까 머리 하실 때가 되면 챙겨서 가고 있어요.”

덕순씨가 처음 발길을 옮긴 곳은 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는 김향임 할머니댁. 미닫이 문을 열자 백발의 노인이 반갑게 맞았다. 여든이 넘으셨다는 김향임 할머니는 몸이 불편한지 방안에서 잘 나오지 못했다. 덕순씨의 부축으로 겨우 자리를 잡고 앉으신 할머니의 표정에는 미안한 마음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머리를 깎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던 할머니는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머리가 잘됐네. 너무 이쁘고 고맙다”며 이내 고마운 마음에 눈이 붉어지기도 했다.

할머니의 눈물에 웃음으로 때우던 덕순씨는 언제든 연락달라며 또 오겠다는 말을 전한 뒤 두 번째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좁은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집에 살고 있는 김순금(79) 할머니는 머리를 정리해주러 왔다는 소식에 연신 “멀리 오게 해서 미안하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의자에 앉아 소소한 일상 얘기를 하던 김 할머니는 “이 분이 동네에서 잘한다고 사람들 칭찬이 자자하다”며 덕순씨를 최고라고 꼽았다. 이에 덕순 씨는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서른 살에 미용기술자격증을 따서 30여년을 미용업을 해오고 있는 덕순씨는 15년 전만해도 자원봉사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는 옥봉동으로 이사 오면서 처음으로 자기가게를 열었다. 하루하루 뿌듯함을 만끽하고 열심히 살아가던 그가 지금의 봉사를 시작하게 된 건 미용실을 찾던 이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자주 오시던 분이 계셨는데 한동안 안 오시는거에요.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는 말을 듣게 됐어요. 산청에 계신 엄마 생각도 나고 마음이 애잔해 직접 찾아가게 됐죠”

이후 덕순 씨는 손님 중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찾아가 틈틈이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이중 거동이 가능한 분들은 오며가며 들러 머리손질을 부탁하신다.

딸같이 살갑게 대하는 덕순씨 덕분에 이들은 머리를 하지 않더라도 오며가며 덕순 씨 미용실에 들러 사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나물거리나 맛있는 음식을 하면 꼭 들러 전해주고 간단다.

옥봉동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순남(54)씨는 “자기 일을 하면서 이렇게 틈틈이 찾기 힘든데 꼭 찾아오신다”며 “좋은 일도 많이 하시는 좋은 분”이라며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고 귀띔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덕순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진주시장이 주는 ‘시민자원봉사자상’을 받았다. 남들은 뿌듯하다 할 상이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단다.

“그냥 내가 좋아 한건데 상 받을 만한 일도 아니고 남한테 칭찬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닌데 부끄럽다”며 “상을 받으면 오히려 책임감도 더 생기고 남한테 모범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머리를 만져주고 이쁘다고 만족해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앞으로도 힘 닿는데까지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전한 뒤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