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
사랑과 미움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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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우리가 살아가는데 서로 엇갈리는 두 가지의 감정이 있다면 아마도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아닐까 한다.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도 수없이 많은 반면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들도 무수히 많다. 어쩌면 인간의 사랑은 인생에 있어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함에 따라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므로서 서로 많은 정을 쏟고 항상 같이 있고 싶은 대상 또한 인간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땐 서로 싫어하고 미워하듯이 그토록 집요하게 싫어하고 미워하는 대상 또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

사랑과 미움의 갈등이 가장 처절한 것은 자기 자신이 그 대상이 되었을 경우이다. 인간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마침내 자기 자신에게까지 미쳤을 때 우리의 심기는 절망의 늪으로 빠진다. 인간에 대한 미움과 환멸의 골이 깊은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기대가 높기 때문이고, 자신에 대한 증오와 실망이 지나친 것은 자신에 대한 애착과 희망이 지나치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온을 바라거든 정의 기세를 줄여야 하지만, 정의 기세를 줄이다 보면 삶은 활기를 잃고 허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시 정열의 촉수를 높이다 보면 삶은 또 한 번 갈등과 괴로움의 늪으로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기쁨의 원인 또한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로 인한 기쁨이 가장 마음속깊이 와 닿는 까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사랑의 정감이 오가기 때문이다. 괴로움 역시 발생시킬 수 있는 원인이야 수없이 많겠지만 사람과의 관계로 인한 괴로움이 가장 마음 아픈 까닭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쳤을 때 미움의 정염(情念)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랑의 정감만이 오가고 미움의 정념이 시작하지 않는다면 세상 살아가기가 한결 부드럽겠지만, 미움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도리어 사랑의 왕래를 압도하는 까닭에 삶의 현장은 항상 어두운 빛깔로 침울할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 누구나 미움의 감정 바닥에는 항상 욕심의 심리가 깔려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을 방해하는 사물을 싫어하기 마련이며, 나를 방해하는 것이 사람일 경우에 그에 대해서 미움의 감정이 심하게 움직인다. 기쁨의 원인이 되는 것도 인간이며, 슬픔과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것도 주로 인간이다. 뼈아픈 슬픔의 원인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이 심지어 미움으로 변하는 심리는 누구나 흔히 경험하는 일상적 현상이다. 사랑이 쉽게 미움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랑이 불순했기 때문은 아닐까? 사랑이 욕심에 바탕을 두었을 때, 우리는 그 사랑을 불순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과연 욕심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버릴 수 있을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욕심이 있기에 삶의 의욕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마음을 비우라고 한 뜻은 삶의 보람에 대한 의욕까지 버리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보람된 삶을 위한 의욕은 갖되 많은 욕심을 갖지 말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이성이 발달한 사람들은 사리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리지도 않을 것이며, 감정에 사로잡혀 남을 미워하지 않고 기쁨과 즐거움으로 한 세상을 살아가도록 노력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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