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학교운영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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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창원대 법학과 교수, 학생처장)
1994년 설립된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는 1995년 5월 31일 정보화·세계화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의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이때 초중등교육의 자율적 운영을 위한 학교공동체 구축의 일환으로 학교운영위원회제도가 처음 제안되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인사 등이 참여하는 학교 자치기구로서 교육의 주민자치의 구현과 단위 학교의 교육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학교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 교육계획은 물론이고 재정, 학교시설의 확보, 방과 후 프로그램의 운영, 교원인사에 이르기까지 학교운영 전반에 대하여 폭넓게 자문하거나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운영위원회는 초중등교육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근거하고 있다. 다만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의 정관’에 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시도별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 및 사립학교의 정관에 구성, 기능, 운영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성격은 법정위원회로서 국공립학교는 심의기구, 사립학교는 자문기구로 되어 있으며 학교발전기금의 조성, 운영 및 사용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심의·의결기구이다.

1998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후 15년이 지났으나 학교현장에서는 아직도 학교운영위원회가 운영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들은 각 집단을 대표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거의 개인차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장과의 친분에 의해 학부모 위원이나 지역위원이 선출되는 경우, 대표성은 더욱 약해지게 된다. 둘째, 학부모들이나 일반교원의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으로서 참여동기가 약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구성원들이 수동적으로 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은 학교운영위원회가 특정인의 독단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개별 운영 위원들이 학교운영에 관한 능동적 참여의욕이 상실되고 있다. 셋째,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심의되는 안건들은 대체로 예·결산, 각종 교육활동계획과 결과, 학교행사 관련, 급식과 같은 위생 및 시설관련 등이 있으나 각 안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 위원이나 지역위원의 심의안건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의 부족이 큰 원인이라 할 것이다. 넷째, 학교운영위원회의 회의안건은 대부분 학교장이 제안하여 상정하고 있으며 학부모 위원이나 학교장이 아닌 교원위원, 지역위원이 제안한 안건은 거의 없다. 학교장이 상정한 안건에 대하여 다른 위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학교운영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려면 학교운영위원회가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교장과 교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공급자 시스템에서 학부모는 수요자에 지나지 않는다. 교장, 교원과 학부모 및 지역인사라는 세 개의 축으로 되어 있는 현재의 학교운영위원회 구도를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라는 양대 축으로 개편하되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을 수요자 중심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관리행정 중심인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을 교육실천 중심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의 교육내용보다 관리행정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의 관심이 관리행정이 아닌 질 높은 학교교육의 내용이며, 교사들도 교육전문가이지 행정전문가가 아닌 현실로 고려하면, 학교운영위원회가 관리행정뿐만 아니라 학교교육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참여한 학부모 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학교 자율권의 강화, 학부모 중심의 학교운영위원회의 정립, 임기보장 등 제도상 개선이 우선되어야 학교운영위원회가 도입취지에 맞게 운영될 것이다. 이를 통하여 학교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의 자치역량과 책임의식도 제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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