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의 재미있는 식품이야기
성낙주의 재미있는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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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불면증·무기력증…봄나물이 답이다
생명의 신비를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 눈비까지 얻어맞아 마치 땅속의 생명은 모두 죽은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봄이 되니 산과 들에 살며시 솟아나는 새싹들, 그 중에도 봄나물! 따뜻해졌다 싶으면 찾아오는 꽃샘추위에서 유래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봄)이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것이 바로 봄나물이다. 대표적인 봄나물은 냉이, 두릅, 미나리, 취나물, 죽순, 달래 등이다. 봄나물은 자라는 환경이 척박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식물보다 몸에 좋은 기능성 성분을 훨씬 많이 만들어낸다.

활기찬 봄은 왔지만 오후가 되면 춘곤증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된 학생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냉이를 추천하고 싶다. 냉이는 비타민C가 많아 춘곤증을 막아주고, 환절기에 걸리기 쉬운 감기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이뿐 아니라 비타민B1이 풍부하여 피로회복에 좋고, 사소한 일에 안절부절 하거나 화를 잘 내는 예민한 청소년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냉이는 춘곤증, 두릅은 숙면

두릅도 냉이와 같이 스트레스에 예민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봄나물 중 하나다. 특히 새 학기가 되면서 갑자기 늘어난 공부 양과 스트레스로 인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삶의 활력이 떨어지고,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두릅을 먹으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목이 자주 붓거나 신장이 약한 사람에게도 좋다. 두릅은 가을에도 먹을 수 있는 나물이지만, 특히 새순이 돋아나는 봄에 채취한 것이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그래서 ‘봄에 나는 두릅은 금(金)이요, 가을에 나는 두릅은 은(銀)이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풍부한 영양 덕에 봄이 되면 식탁엔 다양한 봄나물이 올라오기 마련이지만, 그 중에서도 식탁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미나리다. 미나리는 김치, 볶음, 생채, 쌈 및 강회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이처럼 미나리가 인기 있는 이유는 풍부한 영양소 때문이다. 미나리는 영양학적으로 볼 때 비타민C, 칼슘, 식이섬유가 많아 3高 식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의보감’에 따르면 숙취해소에 좋고, 머리를 맑게 하며 갈증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이 덕에 ‘나무의 일품이 소나무라면, 식채(食菜)의 일품은 미나리다’라는 말도 있다.



취나물은 기관지 천식·감기



봄에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피로만이 아니다. 매년 이맘때 우리를 찾아오는 황사는 화창한 봄의 불청객이다. 황사 등의 미세먼지가 심하면 보통 사람들도 불쾌감을 느끼고, 특히 천식환자나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생활에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봄나물이 바로 취나물이다. 취나물은 ‘취’자가 붙는 참취, 곰치, 수리취, 개미취, 미역취의 총칭으로 ‘산나물의 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쌈을 싸먹기에 좋은 곰취가 자연에 가장 흔하고 맛이 좋다. 한방에서 취나물은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약재로도 사용된다.



수험생과 변비에느 죽순



취나물과 함께 미세먼지에 예민하거나, 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수험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또 다른 봄나물이 바로 죽순이다. 죽순은 기관지에 좋을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도 풍부해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이롭다. 죽순하면 흔히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는 비온 뒤에 죽순이 잘 자란다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이는데, 이처럼 죽순이 잘 자라는 것은 기(氣)가 왕성하기 때문이다.



입맛 돋우는 달래



봄에 먹으면 좋은 다양한 봄나물을 소개했지만,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뭐든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최고다. 낮이 길어지면서 활동량이 많은 사람이나 학기가 새로 시작된 학생이나 수험생들이 봄에 식욕을 잃기 쉽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달래가 이롭다. 달래는 입안을 톡 쏘는 매콤한 향미로 인해 입맛을 잃었을 때 식욕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달래는 마늘과 아주 비슷하여 이름도 ‘야생 마늘’이라 하고, 주된 성분도 마늘과 같은 성분인 알리신이다. 달래는 입맛을 돋우는 효능 외에도 항암, 항산화와 더불어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게다가 달래는 봄나물 중 칼슘이 가장 많은 나물이기도 하다. 이런 달래는 수도승에게 금기 식품인 오신채(五辛采) 중의 하나인데, 이는 달래의 뛰어난 강정효과 때문이다.

앞에서 열거한 봄나물 외에 원추리, 돌나물, 씀바귀 및 쑥 등의 중요한 봄채소가 있다. 싱싱한 봄나물을 충분히 섭취하여 독자들의 바이오리듬이 새봄에 잘 적응되기를 기원해 본다.

/경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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