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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지양과 협력 지향을 통한 창의·인성 함양김선유 (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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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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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도산서원 입구의 ‘추노지향(鄒魯之鄕)’이라 적힌 비석은 공자의 77대손 공덕성(孔德成) 선생이 방문 기념으로 써 준 휘호다. 추노지향은 맹자의 추나라와 공자의 노나라의 지명을 합쳐 만들어진 용어로 예의 바르고 학덕이 높은 곳 또는 그 대상을 기리는 말이다. 이는 퇴계 이황선생의 학덕을 칭송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추노지향’에 어울리는 교육현장을 가진 것을 자랑으로 삼을만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내신에 매달리고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으며 수능점수 올리기에 내 몰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무한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학생의 적성과 잠재력, 창의성의 발굴을 취지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지만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 등 아직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적성과 어울리는 전공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의 점수로 갈 수 있는 가장 인지도 높은 대학 진학이 인생의 목표가 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삶의 목표는 진정한 우정을 나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며 주변의 모든 학생들을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시험을 사생결단의 전장으로 느낄 것이다.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이런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점수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나 혼자 점수를 잘 받아 나만 잘되겠다는 이기성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되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과 협동 정신의 고양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성이 세계화시대에 더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 경쟁주의, 객관식 점수 위주의 사회에서는 상대의 따뜻한 마음을 흔쾌히 받아드리는 여유도 배양할 수 없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이런 틀을 깨고 공존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론의 장에서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학부모와 교사 등 교육주체들이 교육을 경쟁 수단으로만 여기는 사고에서 벗어나기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입시 중심의 왜곡된 과열경쟁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은 이 같은 흐름 전환의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다. 교육부는 학교현장 여건을 감안하여 단계적 확대를 거쳐 2016년에 전면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자유학기제 기간만큼은 과도한 학업 부담과 지필고사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교육부는 초·중등학교 내신평가 방법을 ‘교과암기 중심’에서 ‘협력학습 중심’으로 바꿔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 수업방식을 ‘지식 전달형’에서 ‘협력 학습형‘으로 바꿔 학습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평가해 ‘경쟁교육’이 아닌 ‘인성교육’을 이끌어 낸다는 목표다. 교육부는 학교 공부만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도 내년부터 도입키로 했다. 이 제도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구축 등과 연계돼 ‘일-자격-교육훈련-취업’의 선순환 체계 마련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NCS와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는 능력중심 사회를 위한 인프라 구축 작업에 가깝다.

그 외에도 선행학습을 완화시키기 위해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제정도 추진된다. 초·중등학교의 시험, 고입·대입 등의 전형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금지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새 정부는 그 외에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 내년까지 모든 중·고등학교에 진로교사 배치, 모든 초등학교에 체육 전담교사 배치, 학급당 학생수 및 교원 1인당 학생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수준 감축, 대학 입학전형 간소화 등의 다양한 정책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새 정부가 그동안 과열경쟁을 부추긴 교육과 입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했고 방향성 또한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이와 같은 정책이 경쟁을 통한 단기적 결과 도출에 급급하여 부작용만 양산하고 본래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교육정책이 국민 속에 녹아들어 우리나라를 추노지향으로 가꿔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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