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경남문단, 그 뒤안길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245)<6>삼천포고교와 박재삼 시비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7.20  17:06:3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245)

<6>삼천포고교와 박재삼 시비 

 

박재삼(1933~1997) 시인은 삼천포중학교 1회 졸업생이고 아울러 삼천포고등학교 1회 졸업생이다. 집안에 돈이 없어서 초등학교 졸업후 바로 진학하지 못하고 있다가 중학 야간부가 생김으로써 주변의 주선으로 중학교 사환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야간부에 입학하게도 되었다.이때 재단이사로 있던 정헌주(갑주, 뒤에 국회의원)가 교장이 되었는데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박재삼이 전교 1등을 빼앗기지 않자 정헌주는 박재삼에게 장학금을 주고 각별히 챙겨 주었다.


이 인연으로 박재삼은 고교 졸업후 부산 전시 수도로 가 정헌주의 서사로 일했다. 박재삼이 부산에서 만난 사람 중에 정헌주의 소개로 조연현 평론가(뒤에 현대문학 주간, 동국대 교수)를 만나게 되는데 환도하여 월간 현대문학사 기자로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무렵 박재삼은 모윤숙, 유치환, 서정주 등의 추천으로 시인이 되었다. 박재삼의 일생에서 하나의 인연이 되는 정헌주는 사천에서 뽑힌 국회의원으로서 제2공화국의 행정수반인 국무총리를 장면이 되게 한 한 표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정헌주는 민주당 구파로 있다가 김도연이 총리로 지명되었으나 한 표 미달로 떨어지자 마음을 바꾸어 신파였던 장면에게 표를 던져 제2공화국 물줄기를 바꿔 놓았던 화제의 인물이다. 그 공로로 그는 내각사무처장(요즘 총무처장관)이 되었다.


그건 그렇고 박재삼 시인의 시비가 있다는 삼천포고등학교(교장 정호영)를 방문했는데 그 학교는 참 좋은 시인을 탄생시킨 학교답게 햇볕도 따스하고 바람도 다정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교사 중앙 현관에서 밖으로 나오면 운동장을 내려다보는 지점에 시비가 서 있음을 보게 된다. 삼천포고등학교 동창회(회장 문정호)에서는 2011년 모교 출신으로서 우리나라 서정시의 중심에 서 있는 박재삼 선배를 기리기 위해 모금운동에 들어갔고 소정의 기금이 모아지자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삼조(시인)에게 시비에 새겨질 시작품을 선택하게 했다. 새겨진 시는 박재삼의 대표작 ‘울음이 타는 가을강’이었고 글씨는 진주에 사는 서예가 윤효석(신구)이 맡아서 쓰도록 했다. 이때의 원문 글씨 액자는 교장실 앞 복도에 걸려 있다.


 ‘울음이 타는 가을강’ 전문은 다음과 같다.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지고/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이 시는 가슴 아픈 맛이다. 친구의 사랑이야기를 생각하며 등성이에 가 노을진 가을강을 보면 눈물이 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가을강이 울음으로 탄다는 것이 가슴이 탄다는 뜻으로 읽히게 한다. 사랑은 첫사랑의 기쁨이라도 스러지게 마련이고, 사랑 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울음으로 녹아나고, 마침내 말하지 못하는 가을강은 소리 죽이고 바다에 이르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이 시는 강, 눈물, 산골물, 바다 같은 물의 이미지가 등장하고 햇볕, 불빛, 해질녘의 불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애스럼과 소진함의 뜻으로 하나가 되는 곳에서 시는 아픔과 한(恨)의 정서로 이어진다. 박재삼의 시는 이렇게 서정과 한이라는 전통적인 세계에 닿아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 시는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작품이라서 고등학교 교정에 시비로 선다는 것은 제자리에 제몫으로 서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요즘 돌에 새겨지는 시비가 전국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생기는 데다 분별없이 세우는 몰가치성 때문에 문단 일각에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터에 박재삼의 이 ‘울음이 타는 가을강’은 그 세워지는 장소나 수준이나 교육적 효과면에서 참으로 적정한 건립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박재삼은 그가 다녔던 삼천포고교를 문학으로 빛낸 분이다. 동창회에서 그 사실을 사실로 확인하는 시비 건립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 학교에는 젊은 시인 김은정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박재삼의 어깨에 내리던 햇볕이 그의 어깨에도 내리는 것일까.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