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대중 시대의 복지와 사회적 합의
발목 잡힌 대중 시대의 복지와 사회적 합의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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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객원논설위원,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복지가 대세다. 영웅의 시대가 가고 대중의 시대가 되면서 대중의 표심을 사기 위해 정치는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더더욱 수평적 정권교체를 경험한 이후 정치권력을 획득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정당은 복지로써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고 있다. 과거 보편적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보수적 이념을 지향하던 정당조차도 이제는 스스로 포퓰리즘을 지향하고 있다.

교육문제에 있어 복지의 대표적 요소를 들라면 최근에 와서는 무상급식이었다. 대체로 진보적 교육을 주창한 교육감들이 무상급식을 그 공약으로 내세웠고, 많은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은 이 정책은 다소 보수적인 이념을 지니고 있던 교육감조차도 무상급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애초에 무상급식 이야기가 나왔을 때,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로 반대론자들은 무상급식을 비판했다. 그 돈으로 못사는 아이 두 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그들의 논리는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주장은 빈부의 격차, 곧 사회 양극화 현상의 유지 또는 악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혜자로서 감수해야 하는 낙인효과 같은 사회적 악영향도 있어 이미 상당 부분 설득력을 잃은 것으로 확인된다.

사회복지와 함께 완벽한 교육복지를 자랑하는,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이 이루어지는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선진국은 이미 보편적 복지가 대세다. 대중의 시대에 이미 정책공약으로서의 선별적 복지는 그 생명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하겠다고 공약을 했고, 아마 이 공약은 곧 실행될 것이라 생각한다. 농산어촌의 고등학교는 공납금을 제대로 내고 다니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이미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고 도시지역의 고등학교로 확대되면서 고등학교 의무교육은 완성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누가 부잣집 아이에게는 공납금을 받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교육 복지정책에 있어서 우리가 간과하지 않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효율성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 농산어촌 학교는 학생 1인당 교육경비가 엄청나다. 학생이 10여 명에 불과한 학교가 있고, 이런 학교의 교직원은 학생보다 많다.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가 5000만 원을 넘는 학교가 많다. 아마 그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도 그 이하의 경비로 유학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농산어촌 학교를 다 폐교를 시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방침의 강행으로 우리 지역이 시끄럽다. 폐업방침에 반대하는 도의원들이 곡기를 끊고 단식으로 항의하고 있다. 병원이 누적 적자가 심각하고 경영이 방만해서 앞으로도 그 적자의 폭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는 것이 폐업의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 한 지역의 복지정책을 가늠하는 중요한 공립병원의 존폐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도지사의 결심으로 정해져야 할 정책은 아닌 성싶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어떤 경우는 지나치게 앞서 나간다 싶을 정도로 이미 복지정책은 대중의 시대에 걸맞게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 거기다 복지정책은 효율성만으로 그 존폐를 논해서는 안되는 것이기도 하다. 복지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더더욱 소외계층의 인격이 결부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손해를 보는 것이 전제가 되는 정책이 아닌가.

절차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의사결정의 과정에는 의회와의 협의도 그렇고, 보건복지부와의 공감대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와의 사회적 합의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그렇게 애쓴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가면 사회적 손실이 심각할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이해 당사자와 정책 당국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서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기관차처럼 마주 보고 달리다가도 극적인 합의로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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