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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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지슬’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영화가 끝나고, 단지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야만적으로 사람들을 죽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 불과 60여 년 전의 일이라는 것에, 우리 현대사 속의 일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더욱 먹먹해졌다. 단지 과거의 일, 역사의 한 장면으로 여기고 지금을 편안하게 살아 갈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는가 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겠다는 경상남도의 결정으로 민심이 끓고 있는 진주시의 요즘 사정은 ‘지슬’ 당시와 얼마나 달라졌는가. 물론 65년 전과 지금은 다를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발전과 함께 민주화의 발전을 이루어 왔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많은 진화를 이루었다. 그럼에도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의 부르짖음에 대응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이 시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민 혹은 시민은 위정자의 편의나 논리에 따라 마음대로 대우해도 되는 존재라는 의식은 그대로인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지방의료원을 거점으로 하는 공공의료의 활성화’라는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많은 도민과 진주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경상남도는 지난 3월 진주의료원의 폐업결정을 한 후 진주의료원 노조나 진주시의원들의 면담도 거절하고 있으며, 5월 2일을 마지막 시한으로 하여 폐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진주시의 대응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몇몇 시의원들만이 진주의료원 사건에 대응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경상남도와 진주시의 태도를 보면 당장 퇴원해도 갈 곳이 없다며 퇴원종용에도 병실에 남아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서부터 진주의료원의 잠재적 고객인 서부경남지역 시민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분노는 그들에게 가 닿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경상남도와 진주시 위정자들에게 진주의료원에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탁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 그리고 간호사 등의 진주의료원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지슬’ 당시의 위정자들이나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토벌대들의 마음속에 제주도민이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으로 보였다면 그러한 야만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현재 경상남도의 위정자들에게 서부경남의 도민, 그 중에서도 공공의료의 도움을 받아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이라는 의식이 있다면 이렇게 독단적으로 폐업결정을 하고 그 반대의 목소리를 묵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진주의료원 문제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4월 6일에는 ‘생명버스’라는 이름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철회를 응원하는 버스가 다녀갔다. 마음속에 ‘사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생명버스를 타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진주를 다녀간 것이다.

정치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정치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세금을 내고 그들과 협의해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이유 중 중요한 것의 하나가 모든 사람(국민)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점에 있다고 본다. 시장경제에서 뒤처지고 소외되는 사람들의 생존과 삶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임무이다. 따라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는 공공사업 부분은 이러한 점에서 그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며, 그 부분을 단지 ‘적자 때문’이라는 등의 경제논리로 재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 그가 누구이고 어떤 사회적 배경을 가졌든 ‘사람’을 품은 정치를 보고 싶다. 경상남도는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해주기를, 그리고 진주시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주의료원은 서부경남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존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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