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 잔인함에 대한 역설(逆說)
4월, 그 잔인함에 대한 역설(逆說)
  • 경남일보
  • 승인 201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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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원회 간사)
미국계 출신의 영국 문학 비평가인 T.S 엘리엇. 그는 1922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황폐한 유럽사회와 대혼란을 내용으로 총 5부 432행으로 구성된 장문의 서사시 ‘황무지’를 쓰게 된다. 그런데 장장 432행이나 되는 그의 전체 시 속에서 우리는 유독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아주 친숙한 인용시구 하나만을 떠올리며 ‘황무지’를 이야기하며 T.S 엘리엇을 이야기하는데 심지어는 4월이 채 되기도 전에 미리 잔인한 이름표를 붙여가며 그것이 마치 전부인 양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예 다른 생각은 할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옳은 말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오늘 우리가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별 생각없이 그리고 거의 세계적인 명언으로까지 여기며 암송해 왔던 이 시를 단지 생명력을 잃은 현대인의 자화상을 노래한 ‘잔인한 4월’의 이미지로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결국엔 운명과 인생도 바꿀 수 있다 라는 말에 용기를 내어 시의 끝부분에서 천둥소리를 통해 산스크리스트어로 들려주는 황무지를 구원할 3가지의 지혜 ‘다타 다야드밤 담야타’를 기억해 달라고 주문하고자 한다. 해석하자면 ‘Datta(베풀어라) Dayadhvam(공감하라) Damyata(자제하라)’이다.

평소 고래마저 춤추게 하는 칭찬에 대한 절대적 효과와 매사에 긍정의 힘을 믿으며 생활밀착형 공감정치를 펴고자 하는 필자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이 4월이 잔인하게 보여지지가 않으니 내겐 이게 큰 낭패가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이 얼마나 찬란하고 황홀한 계절인가 말이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새싹의 눈을 마치 기지개를 켜듯 활짝 펴게 만들고 수줍은 듯 소리없이 꽃눈을 밀어내며 사방천지 아름다운 꽃대궐을 만들어 주는 4월. 이런 화사하고 가슴 뛰는 감동의 계절을 두고 어찌 서럽고 칙칙한 단어로 정의를 내리면서 순진한 뭇사람들의 순결한 마음에 상처를 입히려고 하느냔 말이다.

“노의원, 요즘 또 복잡한 일이 많아 고생이 많지?”

“우찌 밥은 잘 묵고 다니나? 남강유등축제도 지켜야 하고, 사천시 문제에 의료원 문제까지 걱정해야 될기고…. 그래도 쉬엄쉬엄 건강 챙겨가면서 의정활동도 하는 것이다. 내말 단디 새겨 들어라이~.”

늘 챙겨주시며 걱정해 주시는 분들의 격려와 응원에 나는 또 기분좋게 지역을 누비고 다닌다. 나의 힘의 원천이 여기서 생겨난다.

“그래도 다니면서 할 건 다합니다. 어르신. 꽃구경도 짬짬히 하는 걸요.”

4월하고도 한참은 무르익은 4월 중순에 이르렀지만 고개 돌려 아무리 찾아보아도 내게 잔인한 계절의 구석은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다. 이젠 잔인한 4월이 아니라 희망의 4월, 평화의 4월을 노래해야 할 때이다.

T.S 엘리엇이 지금껏 인간의 탐욕을 죽음보다 못한 삶에 가두어 놓고 ‘황무지’를 노래했던 처음 시작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잔인한 4월을 만든 것도 결국 우리 인간 자신이었기에 이제는 우리가 이 비관적이고 쓸쓸한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측면에서의 지혜로운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눈빛 속에서 그들의 생각을 읽어야 하고, 시민들의 숨결 속에서 그들의 고충을 읽어내야 하며, 시민들과 맞잡은 손과 손의 체온 속에서 그들의 현재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베풀고( Datta ) 공감하며 (Dayadhvam) 적절히 감정을 절제하고 자제하는 것(Damyata), 이것이 내가 이 서럽고 잔인한 4월이 가기 전에 내 스스로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고 전하고 외치고 싶은 말이다.

“아~ 샨티(평화) 샨티(평화)샨티(평화)의 계절 4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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