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나무 파고드는 천적 찾아 일주일째 숨바꼭질
과실나무 파고드는 천적 찾아 일주일째 숨바꼭질
  • 경남일보
  • 승인 201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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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기> 복숭아유리나방과의 전쟁
예측할 수 없는 봄 날씨가 계속된 한 주였다. 초여름 기온같이 올라갔다가 다음날은 곤두박질치듯 기온이 떨어지며 당혹을 금치 못하게 했다. 언제라도 필요하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사람도 감기에 몸살까지 않기 일쑤인데, 겨울눈을 벗어버린 식물의 여린 싹이 입는 피해는 더 크기 마련이다. 예전 같으면 방울처럼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할 매실도 꽃받침 속에서 성장이 멈춘 상태로 머물러 있다. 새순을 내밀다 잎 끝이 얼어버린 감나무도 큰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흔히들 매실 농사가 제일 쉽다고들 이야기 한다. 다른 작물에 비하여 수확을 빨리할 수 있어 관리가 싶고, 빈 땅에 묘목을 사다가 심어두면 그냥 열매가 열리고 따면 되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해마다 식목일이 다가오면 매실묘목은 나무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나무가 됐다. 예로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귀하게 여기던 나무라 집안에 심어 꽃과 향기도 즐기고 열매까지 수확할 수 있으니 고르는데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매실을 관리하다보면 보통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과는 반대로 병충해로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무에 비하여 재질이 단단하여 병충해에 강할 것 같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는 다른 나무와 마찬가지다. 올해도 겨울 전정을 하면서 병충해로 죽은 나무와 가지를 베어내고 잘라내기를 수없이 했다. 그런데도 봄이 되어 둘러 본 과수원에는 잎이 나지 않고 말라죽은 나무가 또 다시 발견된다. 겨울에는 잎이 나목 상태라 구별이 어려워 남았겠지만 드물게는 잎이 나다가 시들어 죽은 것으로 보아 최근의 피해가 원인이 되었던 것 같았다. 자세히 관찰한 나는 경험이 많은 사람을 찾아 자문을 구하고 인터넷을 뒤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나무를 죽이게 한 원인은 매실을 비롯한 핵과류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복숭아유리나방유충이라는 것을 알았다.

구제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유충이 기생하는 곳이 두터운 껍질안쪽이라 완전퇴치가 쉽지 않다고 했다. 독한 농약을 뿌리거나 발라도 껍질 안쪽에는 침투가 어려워 잘 죽지 않는다. 예전에는 독성이 강해 지금은 생산이 중단되고 시중에서 사라져버린 스프라사이드라는 농약을 아주 강하게 희석하여 주사기로 애벌레가 기생하는 곳에 직접 주입하고 입구를 막아 구제했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철사나 송곳을 나무껍질 안쪽으로 집어넣어 직접 잡는다고 했다. 모두가 인력과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쉬운 방법이 아니다.

어떻게든 벌레를 잡아야 매실나무를 살릴 수 있다. 독한 농약을 사용하기 보다는 직접 잡아 보기로 했다. 칼과 송곳 그리고 감나무 껍질을 벗길 때 사용하던 호미와 드라이브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과수원에 도착하여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자세히 살펴보니 품종에 따라 피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품종보다는 일본에서 들여왔다는 남고라는 품종이 훨씬 심한 것 같았다.

벌레가 살아있는 곳을 찾는 방법은 수피에 아직 마르지 않은 진액이 묻어 있거나 톱밥 같은 벌레 똥이 나와 있는 곳이다. 흔적이 있는 곳의 껍질을 떼어내 보면 애벌레가 수피를 갉고 다닌 구멍이 여기저기로 나 있는 것이 보인다. 주변에는 나무에서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하여 피처럼 흘러나온 액이 묻어있고 구멍 한쪽에서는 애벌레가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애벌레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투쟁을 하고 있는 나무의 처절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작은 벌레에 불과한 복숭아유리나방이 매실나무에 치명적인 것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수액을 빨기 위하여 껍질 안쪽에 공간을 만들고 여기저기를 기어 다닌다는 것이다. 나무는 상처가 나면 벌레나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막을 형성하고 치유하는데 애벌레가 분비하는 물질이 이것을 방해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 번 복숭아유리나방의 애벌레가 침입한 곳은 치유돼지 못하고 상처가 덧나 주변 조직이 죽고 마는 것이다. 작년에 애벌레가 침입했던 곳의 수피를 벗겨보면 껍질은 죽어 있고 속은 비어 큰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죽은 껍질을 그대로 남겨두면 그곳이 은신처가 되어 더 많은 애벌레가 머물게 되고 공간을 키워 결국 나무를 말라 죽이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복숭아유리나방 애벌레를 철저히 구제해야 한다고 한다.

일주일 내내 복숭아유리나방애벌레와 숨바꼭질을 하면서 보내야 했다. 틈틈이 싹이 나기 시작한 감자 순을 멀칭 밖으로 끄집어내어 정상적인 성장을 도왔다. 마을 영농회장에게 전화하여 고추모종을 주문하고 배달이 오면 심을 수 있도록 밭을 갈았다.

/정찬효 전 농협진주시지부장

복숭아유리나방애벌레잡기
복숭아유리나방애벌레잡기
유리나방애벌레
복숭아유리나방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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