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종렬 교수가 풀어가는 의학이야기
함종렬 교수가 풀어가는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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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관리, 놀라운 변화가 내 안에 있다
몇 년 전부터 외래를 다니던 모녀가 있었다. 56세 엄마와 17세 소녀. 힘들게 가진 딸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지체장애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당뇨병이 있었고 엄마는 유방암 치료도 받고 있었는데, 궁핍한 생활과 병마가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데 힘이 들게 한 모양이다. 두 사람 모두 복부비만과 고혈압이 동반되어 있었다. 소녀는 인슐린 주사도 맞고 당뇨약, 혈압약, 콜레스테롤 강하제도 같이 복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조절이 전혀 되지 않았다. 엄마는 5년 전에 발생한 심근 경색이 악화되고 유방암이 진행되어 보육원에 딸을 맡기기로 하였다. 보육원에서는 20대 초반의 어떤 언니가 그 소녀를 돌보게 되었다. 2~3개월마다 그 언니와 함께 외래를 방문하였는데 올 때마다 놀라운 일들을 관찰하였다. 84kg이었던 체중이 점점 줄어들더니 여드름이 없어지고 생리도 규칙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80 단위 이상 주사하던 인슐린도 저혈당이 자꾸 생기면서 점차 줄이고 있었다. 결국 보육원 생활 9개월 뒤에 소녀는 60kg이 되었고 인슐린 뿐만 아니라 모든 약제를 다 중단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비밀의 모든 것은 보육원의 생활에 있었고 또 그것은 극히 단순하였다. 보육원에서는 햄, 소시지 등 인스턴트 식품을 배제하고 칼로리와 영양을 다 계산한 균형 잡히고 규칙적인 세끼 식사와, 하루 어느 시간이든지 기분만 내키면 라면, 과자 등의 엄청난 칼로리 섭취를 하던 것을 완벽하게 줄여주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매일 30분씩 걸었고 이는 인체 대사를 균형 잡히게 하고 건강한 생체 리듬을 되돌려 주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췌장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려 주었을 것이다.

1970년 당시 인구 1000명당 2명 정도에 불과하던 당뇨병 환자가 이제는 3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배경은 바로 서구화된 식사와 부족한 운동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흔히 당뇨병은 걸리면 완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쉽게 포기하거나 마냥 불안해하기만 하고 정작 치료는 약만 먹으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임상에서 흔히 부딪히는 2형 당뇨병은 바로 이 생활이 불규칙하고 잘못된 식습관으로 복부 비만이 발생하고 이것이 수년 지속하다가 결국 공포의 3종 세트,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나게 된다. 젊은 사람은 호르몬 이상까지 동반되어 여성의 경우 특히 여드름과 생리 불순 등도 왕왕 동반된다. 앞의 소녀는 바로 생활 요법이 제대로 시행되면서 복부비만이 없어지고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 예이다.

그럼 왜 복부비만이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주로 내장 주변에 쌓이는 복부지방은 쉽게 저장되는 반면 또 쉽게 없어지려는 성질이 있어 혈액 내로 쉽게 유출되어 간, 근육 같은 조직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나 운동이나 활동에 의해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소모하지 않으면 이들 조직에 자꾸 쌓이게 되어 이것이 곧 지방간이 되고 근육 사이사이에 지방이 침착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이것의 결과로 혈압이 오르고, 혈관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고 혈당의 상승을 초래한다.

치료는 자명하다. 위절제술로 지방 섭취를 줄이든지, 스스로 생활 요법을 통해서 건강식을 하고 운동을 통한 지방 연소를 늘려 복부 지방을 줄이는 것이 당뇨병 치료의 첫 단추이자 동시에 끝까지 지속시켜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갖은 약 처방 복용으로 노력한 진시황보다는 갖은 노력으로 불로초를 찾기 위해 한라산까지 왔다는 500명 신하들의 평균 수명이 더 길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도 진정한 불로초는 내 몸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과 절제를 통해 내 몸 안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상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분과장
당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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