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명제, 그 분점과 투명성
정책실명제, 그 분점과 투명성
  • 경남일보
  • 승인 201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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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역사의 본질은 시간의 흐름에 변화한다. 변화하는 세상만사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이 주역이고, 주역의 핵심은 변화한다는 易(역)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는 말이 있다. 이 말들은 변화하지 않는 모든 것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한 세월의 흐름이 무심하며, 변화는 것을 가슴 아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철학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가 어떻게, 왜 일어나는가를 이해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시대적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 요체는 나누어 가지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과정에 대한 의미 부여다. 그리고 그 끝에 투명성과 책임성이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있어야 하는 당위론적 덕목을 말하고 있다.



시대변화 핵심은 분점과 투명성

미래는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이다’고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전제되는 사안들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여기에는 어떤 사안의 시행과 그 결과 상황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와 함께 이 사안들의 결과와 실행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모습의 표준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하나의 바른 길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범주의 옳은 방법들은 있다. 이러한 논의 가운데 하나가 정책결정 과정의 독점과 분점, 공개와 비공개의 문제이다. 전자는 그것이 내포하는 반민주적 특성 때문에 일단 분점이 우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후자는 상황변화와 구성원에 대한 책임성에서 공개가 비공개보다 논리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주장에는 언제나 분점 지향적인 것이 좋고 독점은 나쁜가, 그리고 공개가 좋고 비공개가 나쁜 것인가 하는 두 가지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단순한 독점의 폐해는 명백하지만, 분점도 정도의 양태에 따라 얼마든지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비공개도 사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독점과 분점은 중앙과 지방의 권력 분점,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력 분점과 균형문제가 있다. 중앙기관의 지방이전 차원에서 정부의 외청은 모두 대전으로 옮겼다. 그런데 현실은 힘센 검찰청·경찰청·국세청은 서울에 있다. 정부 스스로 힘센 외청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국가기관 사이의 직급 간 불균형을 시정하지 않고는 직역 간 권력의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 검찰과 법원에는 55명, 133명의 차관급이 있는 반면 경찰청과 국세청에는 1명의 차관급 총수만 있다. 권력과 직역의 균형을 구축하기 위해 권력 분점, 지방분권에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해답이 있어야 한다.

천문학적인 인천시 재정이 악화된 원인에 대한 보다 다각적인 분석을 하면 지방재정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성 못지않게 통제받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무분별한 개발사업과 전시행정 등이 재정악화의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이러한 무리한 사업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중도에 이를 중단, 변경, 보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었다. 그 중 하나의 제도가 정책실명제다. 행정의 투명성과 업무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한 관련자의 실명을 시민에게 공표하고 그 이력을 관리함으로써 사업의 난립을 막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시정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도입 의미 퇴색, 하위 공무원에만 책임전가, 정작 윗선은 책임지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공적 판단, 실명 제시되어야

정책의 파급효과 측면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공직사회의 개혁을 내세운다. 공직사회 개혁의 근본원인은 공직자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역량을 추출해 내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건국 이래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평가받아 왔다. 사회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보다 정치적 이벤트에 초점을 맞춘 정책추진에 실망하고 좌절한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소신에 대한 집착이 약하다. 평생에 걸쳐 축적된 공직의 전문성, 책임과 소신의 활용여지를 넓혀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떠넘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51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전의 다른 재벌총수들에게 내려졌던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판결공식이 깨진 것이다. 정책실패로 국가와 국민들에게 끼친 고통은 오늘 법정구속된 김 회장이나 이전에 유죄판결을 받은 여타 재벌총수의 잘못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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