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옥 교수의 운동이야기
권선옥 교수의 운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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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달인 - 케냐의 칼렌진족
세계 마라톤 랭킹 100위권에 케냐 선수가 여든 명 정도에 이르고 그 중 75% 정도가 칼렌진족이라고 한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1500m와 1972년 뮌헨올림픽 3000m 장애물 달리기에서 우승하여 케냐 육상의 아버지라 불리며 케냐의 IOC위원인 킵초게 케이노와 마라톤 전 세계최고기록(2003 베를린마라톤, 2:04:55초) 보유자 폴 터갓, 1991년 도쿄세계육상대회 1만m와 5년 뒤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한 모제스 타누이, 세계최고기록보유자 패트릭 마카우(2011 베를린마라톤, 2:03:38)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모두 칼렌진족 출신이다. 걷기의 왕자가 케냐의 마사이족이라면 중장거리달리기의 달인은 칼렌족인 셈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잘 달리고 지치지 않는 걸까?
칼렌진족은 순발력이 뛰어나 육상 단거리달리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중미의 자메이카나 미국과 유럽 등의 흑인과는 신체적 조건이 크게 다르다. 그들의 체격은 이 흑인들처럼 크지도 않으며 비쩍 마르고 얊은 종아리에 뒷머리가 튀어 나온 짱구머리를 하고 있어 볼품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이유로 사탕수수밭에서 힘든 노역을 감당해야 하는 노예로서의 상품가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키에서 차지하는 다리길이 비율이 아주 커서 달리기 효율이 대단히 높다. 또한 근육은 근수축 에너지원인 ATP를 생산하기 위해 산소를 사용하는데 그들의 근육량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산소 소비량은 그만큼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근육은 철새의 근육과 같은 적색근육이 많아(단거리달리기 선수의 경우 닭의 근육과 같이 백색 근육이 많음) 세포막에서 산소를 미토콘드리아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미오글로빈이 많고 세포의 발전소로서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많으며, 근섬유에 모세혈관의 수가 많아 높은 유산소성 능력을 보유하게 되어 운동을 해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산소를 이용하여 유산소성 에너지를 만들어 달리는 마라토너에게 대단히 적합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지는 평지보다 산소가 부족하다. 따리서 많은 산소섭취를 필요로 하는 중장거리달리기를 할 때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기저항이 평지보다 적어 도약경기와 투척경기 그리고 사이클경기 기록은 좋다는 것이 멕시코시티올림픽 등 많은 대회를 통해 증명되었다. 칼렌진족은 엘도레토를 중심으로 한 해발 약 2000m에 달하는 리프트 밸리에 모여 산다고 한다. 그들이 고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적혈구를 구성하는 헤모글로빈 단백질의  산소친화력이 높아야 하고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산소 친화력이 높은 헤모글로빈을 가진 사람이 산소가 풍부한 평지로 내려오면 한층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마라톤선수를 비롯한 중장거리선수들은 고지대훈련을 많이 하기도 한다. 따라서 특별히 고지대 적응훈련을 할 필요가 없는 칼렌진족은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훈련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분야로의 자아실현 가능성이 비교적 적어 오직 마라톤에 희망을 걸고 달리는 헝그리정신, 스포츠의학에 바탕을 둔 과학적인 코칭, 그리고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합동훈련을 통해 케냐의 칼렌진족은 마라톤 달인이 되었다.

얼마 전 2013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끝났다. 기록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케냐 선수들과는 달리 기록경신을 위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나라 선수들과 싸우면서 순위경쟁을 하는 우리의 마라토너들을 보면서 킵초게 케이노 케냐 IOC 위원의 “실력의 75%는 정신력”이라고 한 말을 나 혼자만 생각했을까?
/경상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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