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子가 차려내는 해물탕 '눈과 입이 즐거운 맛'
母子가 차려내는 해물탕 '눈과 입이 즐거운 맛'
  • 경남일보
  • 승인 201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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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18> 김해 이야기
해물탕
해물탕
 
중위도 온대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봄에 비가 자주 내린다. 삶을 즐길 줄 알아 서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봄비를 노래하는 사람도 많다. 드라마 주제곡의 노랫말에 “사랑은 봄비처럼 다가와 촉촉하게 날 흠뻑 적신다. 얼어붙어 있던 내 가슴을 소리도 없이 녹이며 날 깨운다.”처럼 촉촉하게 봄비가 내리는 날에는 돌처럼 굳어있던 마음을 편안하게 녹여 주는 봄비를 맞으며 삶에 찌든 마음을 활짝 열고 몸과 마음에 새로운 사랑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볼거리를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이런 기분으로 맛이 있는 여행은 김해의 어제와 오늘을 찾아서 길을 나선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김해에서 제일 먼저 갈 곳은 진례면에 자리 잡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다. 클레이아크란 흙과 건축의 상호 관계적 협력을 의미하는 합성어로 과학과 예술 교육 산업의 협력을 통한 건축도자 분야의 미래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기본 정신을 담고 있는데, 즉 흙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은 도자라는 장르를 통해 인간사회의 진화와 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앞으로도 예술적 측면과 재료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되어야 할 분야이고, 건축은 아름답고 편리한 인간 삶의 발전을 돕는 과학기술자인 인간이 창조하여 만들어낸 아름다운 생활환경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이러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도자와 건축분야의 상호 발전적 협력을 이루고자 다양한 시도를 전개해 가고 있어 도자는 건축을 통해 그 활용성의 범위를 넓히고, 건축은 도자를 통해 예술적 재료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서로간의 이익을 꾀하는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미술관에서 새로운 예술에 심취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체험까지 하고 싶은 아쉬움이 남지만 율하 유적공원으로 향한다. 율하 유적공원은 고인돌공원 A · B 2곳과 마을유적 1곳으로 이루어져있다. 무덤공간과 집자리공간 사이에서 솟대를 세웠던 자리가 처음 조사되어 학계의 관심을 받은 바 있으며, 마을유적에서는 가야시대의 도로와 선착장으로 추정되는 잔교(배를 접안시키기 위해 물가에 만들어진 시설), 지면식 건물지와 구덩이, 우물 등이 확인되었다. 즉 그 옛날 가야인들은 선착장을 통해 교역을 하고, 도로를 이용하여 교역물자를 운송하였으며, 이들이 생활하였던 마을이 조사되어 소개되었다는데 의의가 크다.

다양한 예술작품들과 선조들의 생활상을 둘러보고 나니 벌써 시장기가 밀려온다. 장유 율하에는 먹을 만한 음식이 다양하여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오늘 날씨에 딱 어울리는 금성해물탕집으로 찾아 들어간다. 어머니와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라 제법 깔끔하게 보여 해물찜과 해물탕을 함께 맛보기로 하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메인을 기다린다. 주방에서 아들이 만들어 내는 음식을 어머니인 안주인이 차분하게 상에 올리고 우리는 순서대로 하나하나 음미한다. 순하고 맛이 좋다. 먼저 해물탕이 나와 들어있는 해물들을 살펴보니 낙지 전복 모시조개 키조개 등의 다양한 해물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이어서 나온 해물찜은 제법 톡 쏘는 맛이 우리 입맛을 당긴다. 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안주인은 자주 다가와 음식에 대한 안내와 부족한 찬을 더해주니 기분도 좋다. 음식을 먹으며 여러 차례 몸을 식혀야할 정도로 맛있게 먹었으니 오늘 점심 메뉴도 만족이다.
수로왕릉
수로왕릉

이제는 수로왕릉으로 간다. 수로왕릉은 김해의 상징적 문화유적으로 가락국(AD 42~532년) 시조대왕의 능이다. 수로왕은 가락국을 창건한 왕으로 태양처럼 둥근 황금색 6개의 알 중에서 맨 처음 나왔다 하여 ‘수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왕릉 앞의 납릉정문 위에는 신어상이라 불리는 석탑을 가운데 두고 두 마리의 물고기가 마주보는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왕릉을 보고 왼쪽에 있는 비석의 이수에는 태양문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문양이 인도에서 흔히 보이는 것과 닮아 있어,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인도 아유타국의 허왕후가 파사석탑을 배에 싣고 왔다고 전하는 것과 연결시켜 보는 견해도 있으며 이런 것이 고대의 낭만적 상상력을 부채질하는 좋은 자료이다.

납릉정문을 지나 만나게 되는 원형봉토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는 위엄을 느낄 정도로 봉분의 규모는 크고, 봉분 앞에는 능비·상석·장명등·망주가 있으며, 경내에는 신위를 모신 숭선전을 비롯하여 안향각·곡사전·제기고·숭제·동제·서제·신도비각·문무인석·마양호석·가락루·홍살문·공적비·숭화문 등의 부속건물 및 석조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기록에 의하면 199년에 158세로 수로왕이 붕어하자 대궐 동북쪽 평지에 높이 일장의 빈궁을 짓고, 장사를 지낸 후 주위 300보를 수로왕묘라 하였다고 전하며, 1963년 사적 73호로 지정되어 1964년부터 1994년까지 계속적으로 보수공사가 실시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정화되었다.
해물찜
해물찜

요즘은 어느 지역을 가도 많은 유적지들이 발굴되어 소개되고 있지만 여기 김해는 더한 것 같아 유적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여행지라고 생각된다. 다음은 수로왕릉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봉황동유적지로 간다. 봉황동유적(김해패총)은 사적 제2호로 철기시대 초기의 것이며, 높이 7m 동서의 길이 약 130m 남북의 너비 약 30m의 낮은 언덕 위에 이루어져 있다. 구릉의 남쪽에는 회현동의 마을이 인접해 있고, 북동쪽 낭떠러지 밑에도 민가가 들어서 있어 패각층이 드러난 단면과 구릉 위에 흩어진 흰 조개껍데기를 볼 수 있다. 처음 알려진 것은 1907년이지만, 1920년에 있었던 본격적인 발굴 조사를 비롯하여 그 뒤 몇 차례의 학술조사를 통하여 이 유적에 대한 문화적 성격과 연대의 개요가 밝혀져서, 한국 선사시대의 유적지 중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유적지이다. 일련의 발굴을 통하여, 이른바 김해토기라고 명명된 토기의 조각들이 가장 많고, 도끼와 손칼과 같은 철기가 발견되어 금관가야 최대의 생활 유적지인 봉황대는 2001년에 회현리패총과 더불어 ‘김해 봉황대 유적’으로 확대 지정되어 오늘에 이른다.
추어탕
추어탕

이제 은하사로 올라간다. 은하사는 김해시 삼방동의 신어산 서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데 신어산의 옛 이름이 은하산인 것으로 보아 절 이름도 여기에서 나온 것 같다. 창건연대는 불분명하지만 전설에 따르면 가락국 시조 수로왕 왕후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이 창건했다고 하며, 당시의 이름이 서림사였다는데 전설 속의 창건 연대가 불교 전래 이전인 서기 1세기라 전설로 생각된다. 만일 이 전설이 사실이라면 절을 창건한 지가 1900년이 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절이다. 절에서 출토된 토기 파편을 토대로 삼국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며, 조선 중기 이전까지 있던 건물은 동림사와 함께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고, 지금의 건물은 조선 후기의 양식이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38호로 지정된 은하사의 대웅전 수미단에는 허황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도 추정되는 쌍어 문양이 있으며, 쌍어 문양은 허황옥의 출신지로 기록된 아유타가 인도의 한 왕국이라는 가설에서 종종 인용된다. 신어산의 이름도 ‘신의 물고기’라는 뜻이라 의미가 있고, 신어산을 배경으로 한 경관과 진입로의 소나무 숲이 너무나 아름다워 단아한 사찰의 모습이 찾는 이의 마음까지 씻어주는 듯하며, 영화 ‘달마야 놀자’도 여기서 촬영했다.

벌써 해거름이다. 김해천문대에 오르기 전에 저녁식사를 해야 할 것 같다. 김해에는 추어탕이 유명하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가까운 추어탕집을 찾았다. 소문난 맛집이라 손님으로 북적거리지만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내 호박볶음 계란프라이 된장고추 방아잎 파래무침 도라지무침 등의 다양한 찬으로 깔끔하게 상이 차려진다.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피가루는 생략하고 그냥 내 방식대로 추어탕을 먹는데 음식 자체의 깊은 맛으로 온 몸이 편안해지는 듯하여 좋다. 커피대신에 가까운 찻집에 들려 차로 입을 가시고 이제 어둠 속에서 뭔가 볼 수 있는 김해천문대로 향한다.
봉황동유적
봉황동유적
 
옛날 가락국의 왕자가 진례 토성 위의 상봉에서 천문을 보기 위하여 첨성대를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지금도 그곳을 별을 보는 곳이라 하여 비비단이라고 하는데 이런 기록들을 볼 때 김해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고대국가는 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김해시 중심의 분성산(382m)에는 김수로왕의 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마치 산이 알을 품은 듯한 모습의 신기한 건물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김해천문대이다. 천문대는 크게 전시동과 관측동으로 나뉘고, 전시동에는 천체투영실과 전시실이 있으며 시내에서도 보이는 둥근 건물은 전시실로 여기에는 우리나라 천문관측의 역사를 입체영상으로 설명해 주는 매직비전, 중력실험장치, 푸코진자를 비롯하여 10여개의 천문 교육 전시기구를 구비해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천체관측은 날씨가 맑아야 하지만 실내별자리 프로그램만으로도 환상적인 우주를 체험할 수 있어 좋다. 천문대를 이용하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으며 운이 좋아 아름다운 토성이라도 관찰한다면 최고의 추억이 될 것이다. 어둠 속에서 천문대를 나서며 조심스럽게 김해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김해맛길
김해 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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