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경 기자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김재호 부장판사)는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기소돼 사형이 구형된 서진환에게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어 지난해 통영시에서 발생한 여자 초등학생 살해사건의 범인에게도 사실상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처럼 법원이 반인륜적 범죄자들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잇달아 선고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법원이 흉악범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무시하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흉악범임에도 불구하고 미숙한 심리나 인격을 이유로 감형에 너무 많이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변호사는 “잔혹한 범행은 사형에 처함이 마땅한데 법원의 양형이 가벼운 측면이 있다”며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사회적 관념을 봐서도 사형이 타당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가 종신형이라고 알고 있는 무기징역은 최장 25년이다. 이중 많은 수가 10년, 15년 만에 모범수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형기준을 일반 사건과는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을 보면 피해자 가족들이 “(범죄자가) 모범수가 돼 나왔다는데, 그러면 우리에게 먼저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나는 용서하지 않았는데 왜 주변에서 먼저 용서를 하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유가족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으로 가족들은 또 한번의 시련을 겪고 그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함에도 우리의 법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먼저 생각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형이 능사는 아니지만 국내 성범죄 재범률이 45%에 이른다는 점을 볼 때 강력한 처벌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대책수립이 우선시돼야 하며 피해자에 대한 치료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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