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농업진출 어디까지
대기업 농업진출 어디까지
  • 임명진
  • 승인 201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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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진 기자
대기업의 농업진출로 지역 농가들의 근심이 깊어만 가고 있다.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규탄집회가 열리고 있고, 분노한 농민들은 불매운동 등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수도권보다는 농업 비중이 높은 시·도에서 더 강하다.

진주는 진주시농민회가 주축이 돼 대기업 농업생산 진출 저지를 위한 진주시대책위가 결성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대기업의 농업진출은 단순히 유통과 판매가 아닌 생산까지 직접 나서면서 생산의 주체인 지역 농가와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대기업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농업분야로 진출할 경우 영세규모인 지역 농가들은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농민들은 동부팜한농의 경기도 화옹 간척지의 마토 유리온실 사업철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하지만 동부그룹이 화옹 유리온실 사업 외에 논산 유리온실과 새로이 추진 중인 동부팜 새만금사업 100ha에 대해서 다시 추진의사를 밝히면서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농민들이 이렇게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생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농민들은 동부그룹이 대규모로 지역 주력 농산물인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생존권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은 동부그룹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수출하겠다고 하지만 4ha에 달하는 논산 유리온실에서 생산한 토마토와 파프리카는 이미 수출시장이 아닌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에서 국내 생산자들과 경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농민들의 반발이 일자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기업이 어느 선까지 농업분야에 진출해야 하는냐에 대한 문제다. 농민들도 대기업의 농업분야 진출을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역 농가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과 유통, 판매의 과정에서 지역 농가들이 배제된다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이전에 타격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 농업을 지키자는 요란스러운 구호는 숱하게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대기업이 직접 대량생산, 유통 및 판매하는 상황에서 관계당국에서는 농민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규제하지 않는 한 경쟁력 강화 목소리는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상권에 맞선 골목상권 살리기, 대형마트 규제 등의 상황이 우리 농업에도 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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