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대 타꼬야끼…父子의 한판승부
붕어빵 대 타꼬야끼…父子의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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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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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장편소설상 김학찬 ‘풀빵이 어때서?’ 출간
잘 키운 회사를 통째로 물려받으라는 회장님 아버지와 굳이 자유롭게 살겠다며 박차고 나가는 아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드라마에서 정말 많이 봤다. 이렇게 일껏 확보한 자유를 아들은 주로 연애하는 데 탕진한다.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은 김학찬(30)의 장편 ‘풀빵이 어때서?’에서는 붕어빵 가업을 이으라는 부친과 타꼬야끼를 구우며 살겠다는 아들이 티격태격한다. 아버지는 대학 가란 말도, 번듯한 직장 잡으란 말도 없이 타꼬야끼로 ‘전향’한 아들을 설득하기 바쁘다.

아들 역시 어릴 때는 아버지와 마음이 맞았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엔 ‘붕어빵 구울 무렵’이라는 상호를 정했고 물리 시간엔 붕어빵의 열량을 계산했다. 군대에서 고문관이 되어 2년 내내 부대 간식으로 붕어빵만 굽다 와서는 타꼬야끼로 돌아서긴 했지만.

붕어빵과 타꼬야끼에 대한 것이라는 점만 빼면 부자(父子)의 논쟁은 꽤 그럴듯하다. ‘손의 감각이 약해져서 붕어빵틀의 진동과 열기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할까 봐 술 담배를 안 하는’(46쪽) 아버지 얘기나 ‘남들이 부여하는 의미를 거절할 생각도, 강요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맛있게 먹어주면 된다’(102쪽)는 아들 얘기나 허튼소리가 없다.

하지만 아들은 ‘길거리에도 주인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새끼 조폭이 노점을 돌며 월세를 챙겨가고, 뻥튀기 아버지를 피하며 명문대 간 동네 친구가 찾아와 어깨에 힘주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붕어빵과 타꼬야끼로 돌파하는 부자가 순진한 것인지, 세상의 논리에 조바심치며 남들처럼 대학 가고 취업하는 게 순진한 것인지는 읽는 이의 몫이다.

‘무조건 재미있게’가 이 소설을 쓰는 작가의 한 가지 원칙이었다고 한다. 부자의 논쟁에 같이 정색하다가 그래 봐야 붕어빵과 타꼬야끼 얘기란 생각에 잠시 멈칫하고 이어진 논쟁에 어느새 또 같이 정색하다 또 멈칫하면서 갈팡질팡하는 재미가 있다.

창비. 199쪽. 1만1천원.

연합뉴스

풀빵이 어때서
붕어빵 대 타꼬야끼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은 김학찬(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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