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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49)<10>허영자 시비, 함양 유림면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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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0  16: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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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49)
<10>허영자 시비, 함양 유림면에 서다
 
시인 허영자(1938- )의 시비가 고향인 함양군 유림면 장항리에 서 있다. ‘재경 유림 향우회’와 ‘하양허씨 종친회’, ‘유림면 청년회’, 그리고 장항리 주민일동이 2009년 7월에 시비 3기를 세운 것이다. 함양 유림지역 주민들의 애향심이 유달리 깊은 것으로 보인다. 시비는 장항리 본마을 앞에서부터 차례로 경호강변 둑길에 ‘자수(刺繡)’, ‘작은 기도’, ‘은발(銀髮)’이 새겨졌는데 강 건너 산청 화계장이 바라다보이는 경관이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건너 마을은 산청 금서면 화계리로 필자의 고향이다.

지역 연고가 그렇기 때문일 터이지만 허영자 시인은 필자와 인연의 고리가 채워져 있다. 허시인의 고모가 필자의 재종형 부인이 되어 강씨문중의 일원이 되었고, 필자와 친한 죽마고우 허동헌(대형 가스회사 운영, 서울 거주)의 사촌 누나이고, 전 경남일보 편집국장 허문오는 허시인의 조카이고, 이래 저래 알게 모르게 연줄이 닿아 있다. 언젠가 허시인은 필자를 보고 “우리는 사가간이제” 하며 친숙함을 표현했는데, 서로간의 집안 이야기를 하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필자의 숙부가 6.25 전쟁 시기 사찰유격대장(경찰)으로 용맹이 하늘을 찔렀던 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쟁통에 허시인의 아버지가 가까운 친척에게 토지를 맡겨 두었었는데, 나중에 찾으려 하니 다 팔아 먹어버렸더라는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인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허영자는 1938년 8월 31일 함양군 휴천면 휴천초등학교 사택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진주농업학교(당시 동기에 설창수 시인이 있음)와 대구사범 강습과를 마치고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곳이 휴천초등학교였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본적지는 함양군 유림면 장항리 245번지였고 아버지가 태어난 곳은 유림면 손곡리였다. 허영자는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함양읍으로 이사를 가 살았는데 아버지가 교사를 그만 두고 일본으로 유학길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읍에는 이모가 살고 있어서 아버지 출타중의 거주지로 적합했던 것이었을 터이다. 함양에 살면서 손곡리로 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큰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머물기도 했는데 어머니는 물방앗간을 경영했던 시아버지를 도왔던 것 같다. 그 무렵의 가계를 보면 허영자의 할아버지는 아들 넷을 두었는데 둘째아들인 아버지와 그 형제들은 부산으로 나가 살거나 일본으로 건너가 살았다. 허영자는 할아버지가 늘 자식이 곁에 없는 생활이 고독했었다는 것을 성장한 뒤에야 알았다.

허영자의 다섯 살 때 아버지 허임두는 일본유학을 마치고 귀국하고 솔가하여 부산으로 갔다. 경남도청 공무원으로 새출발 하기 위해서였다. 경남도청에서 허임두는 보건사회국장까지 승진을 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법조계로 진출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고시에 응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여의치 않고 갑자기 건강이 좋지 않아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생활 근거지를 옮겼다. 이때까지 허영자는 부산중안초등학교, 경남여자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사를 서울로 가자 자연스레 당시 최고의 명문여고인 경기여고에 시험을 쳐 무난히 합격하였다. 그의 아버지 허임두는 대한주택공사 총무국장이 되어 속칭 잘나가는 자리에 있었으나 워낙 욕심이 없었다. 잠시 정치에 관심을 가져 함양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허영자는 경기여고를 나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로 진학을 하여 김남조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경기여고시절에는 국어교사로 노문천 시인을 만나 시인의 재능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2년 박목월 시인에게 작품을 보이는 기회를 갖게 되고 박목월은 허영자의 시 작품 ‘도정연가’, ‘사모곡’ 등을 월간 ‘현대문학’에 추천해 주었다. 추천받은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1963년이던가 그 이듬해던가 필자가 서울 마포 공덕동에 있는 미당 서정주 시인댁을 방문했는데 서정주 시인이 최근 추천된 시인들에 대해 평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요즘 추천된 시인으로 여류 허영자가 단연 앞서고 있어. 내가 추천한 추영수 시인도 좋지만 허영자가 더 탄력이 있단 말이야. 허영자는 박목월이 추천한 사람이지만 그게 어떤가. 시가 좋으면 좋은 거야.”하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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