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회복시켜줘야 한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회복시켜줘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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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하동 악양초교 교사, 시인)
교실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멀리 보이는 산의 나무들이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 옅은 연둣빛에서 하루가 다르게 점점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산천초목이 깨어나고 각양각색의 꽃들로 생동감을 더하는 계절이다. 이렇듯 아름답고 빛나는 오월이면 독일 괴테 시인의 오월을 찬양한 ‘오월의 노래’ 시가 떠오른다.

‘오오 찬란하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터지는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기막힌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넘친다/ 한가로운 땅에’

학교 정원과 교실 화분에 놓인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화사하게 피어나는 빛나는 계절, 자연이 생동감을 얻어가는 아름다운 교정엔 꽃과 나무가 가득차는 오월이 계절의 쳇바퀴를 따라 다시 돌아왔지만 예전과 달리 정작으로 꽃 중의 꽃인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소 긴 점심시간이 되어도 아이들 스스로 운동장에서 모여 놀이를 하며 뛰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틈만 나면 운동장에 나가서 고무줄놀이와 비석치기, 공기놀이 등으로 시간을 보냈었다. 동네의 공터에서도 해가 질 때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가질 않았다. 시대의 흐름상 놀이문화가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며 달라져 가고 있는 건 받아들여야 하지만 스스로 협동하여 뛰는 모습이 사라져가는 건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주5일제 시대에 토요스포츠데이를 활성화시켜 아이들에게 신개념의 스포츠게임 활동 등을 활발히 전개시키고 있지만 아이들 스스로의 놀이문화는 터져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200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각국의 통계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아동의 생활패턴 국제 비교분석 보고서에 우리나라 아동은 영국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시간을 책상 앞에 보내고 있고, 수면시간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주요국가 중에서 가장 적게 나왔다고 한다. 학교 안팎에서 공부하고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가 아이들의 놀이시간인데, 한국은 선진국의 아이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스트레스는 늘어나고 몸의 움직임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환경을 개선해주는 게 우선 시급한 문제로 보인다. 어울려 뛰어놀면서 배우게 되는 사회성과 협동성은 스트레스가 병리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학교폭력도 잠재우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학원에 안가면 아이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학원을 마지못해 보낸다는 어떤 학부모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찾아주는 길은 개인, 학교, 가정, 어느 한군데서 떠들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잘 노는 아이들이 맡은 일도 잘 해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아름답고 빛나는 봄날을 몸을 움직여서 마음껏 뛰놀며 느낄 수 있도록 오월의 햇살만큼 화사하고 찬란한 놀이문화를 회복하면 좋겠다.

/최숙향·하동 악양초교 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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